‘파리 증후군’은 패션과 예술 분야를 공부하거나 취업하려는 꿈을 안고 파리에 왔다가 현실이 너무나 달라 생기는 망상, 환각, 환청, 자율신경 실조 등 각종 정신장애를 일컫는 말. 파리에 20년째 거주하는 일본인 정신과 의사 오타 히로아키(太田博昭) 씨가 명명했다. 이 증후군은 보통 파리 도착 반년 이내에 사회문화적 충격 때문에 생긴다.
어학연수를 위해 파리로 간 한 20대 여성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그는 공항에 마중 나오기로 한 택시가 안 나온 데다 말이 안 통해 전화도 못한 채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다음 날 어학원에 첫 등교하다 길을 잃어 반 편성을 위한 어학시험에 1시간 지각했다. 영화관에서는 일본 영화를 보며 펑펑 울다 프랑스 꼬마들의 구경거리가 됐다.
이런 일이 거듭되다 ‘외출공포’에 빠졌고 결국 관광은 엄두도 못낸 채 학교와 집만 오가다 조기 귀국하고 말았다.
목표는 뚜렷하나 돈이 없으면 파리 증후군에 쉽게 걸린다. 언어 장벽과 지역사회의 무관심에서 오는 고립감도 크게 작용한다. 현지인들과 접촉이 적은 전업주부에게도 많이 발생한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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