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사진)의 말년을 다룬 로베르 게디기앙 감독의 ‘샹 드 마르스의 산책인’이 문제의 영화.
내용을 떠나 전직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사실 자체로 인해 이 영화는 제작 초기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프랑스에선 정치 지도자의 삶은 영화의 소재로 삼지 않는 것이 관례다. 게디기앙 감독이 오랜 금기사항을 깨뜨린 셈이다.
게다가 미테랑 전 대통령은 혼외정사 및 오랫동안 숨겨오다 드러난 딸의 존재 등 사생활이 복잡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사망한 지 9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는 좌파 공상가로서 열렬한 지지를 받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더러운 비밀’을 많이 가졌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다.
영화는 미테랑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듬해 발간된 ‘마지막 미테랑’이라는 책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저자인 조르주 마르크 브나무 씨는 미테랑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로부터 ‘추악하고 부끄러운 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영화는 대통령이 젊은 기자를 만나 말년을 구술하는 형식이다. 기자는 미테랑 전 대통령에게서 정치 역사 문학에 관한 교훈을 얻으려 하지만 미테랑 전 대통령은 죽음이 임박했다는 사실에 집착한 나머지 기자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게디기앙 감독은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며 권력과 죽음의 본성을 탐색한 허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테랑 대통령 시절 그가 정적(政敵) 감시를 위해 광범위한 도청을 한 사실을 놓고 전직 관리 12명에 대한 재판이 현재 진행되는 와중이어서 영화는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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