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만든 ‘초미니 인터넷신문’인 누리사랑방(블로그·blog)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 CNN 방송의 ‘야전사령관’인 뉴스본부장을 사임하게 만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계기로 블로그를 이용하는 ‘블로거’들이 기존 제도권 언론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슨 조던 CNN 뉴스본부장이 11일 사임한 발단은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행사장에서의 발언.
당시 조던 본부장은 “이라크 주둔 미군이 언론인을 표적 살해했다”고 말했다가 “고의적으로 (살해)했다는 뜻은 아니다”고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취재진이 있었으나 이날 발언은 비보도(Off the Record) 조건 이어서 기사화되진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짧은 기사로 이 발언을 소개하긴 했지만 전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문제는 이 포럼에 참석했던 로니 아보비츠 씨(34)가 포럼 주최 측의 의뢰를 받고 지난달 28일 다보스포럼 블로그에 이 발언을 소개하면서 불거졌다. 플로리다 주에서 의료기술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이전까지 블로그를 운영해 본 경험도 없었다.
이때부터 조던 본부장의 발언은 삽시간에 누리꾼(네티즌) 사이로 퍼져나가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그는 ‘표적 살해’ 실언에 책임을 지고 보름 뒤 사퇴했다.
블로거들이 CNN을 뒤흔든 사건에 대해 제도권 언론에서는 ‘여론몰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CNN의 진보적 성향을 못마땅하게 여긴 보수적 블로거들이 의도적인 공세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WSJ도 블로거들의 ‘성공’에 우려를 나타냈다. 블로거들은 이 신문이 조던 본부장을 보호하기 위해 첫 보도 이후 추가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WSJ는 사설을 통해 이런 의혹을 공식 부인해야 했다.
반면 일부 블로거들은 ‘제한 없는 정보공개’와 ‘거침없는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미니애폴리스의 에드워스 모리시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 언론매체들은 진실을 감출 수 없다”면서 “언론인들은 증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거나 사람들이 자신을 믿도록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블로거인 제프 자비스 씨도 “블로그의 목표는 누구의 목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5개월 전 CBS의 간판 앵커 댄 래더가 물러난 것도 블로거들의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 후보의 확인되지 않은 군 복무기록을 보도했다가 블로거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박혜윤 기자 parkhyey@donga.com
:블로그(blog):
개인이 만드는 일종의 초미니 인터넷 신문. 자신의 경험과 일상에서 겪은 일, 전문지식 등을 자유롭게 올린다. 다른 블로그로 옮겨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자료를 옮겨올 수 있는 기능 때문에 순식간에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다.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블로거(blogger)라고 한다. 개인의 지식과 경험을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마구 유포되는 단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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