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최초의 시아파 정권을 이끌 총리로 유력시되는 이브라힘 알 자파리(58) 과도정부 부통령은 15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파리 부통령은 미군철수를 요구하며 반미 시위를 주도했던 강경파 중 하나. 특히 친이란적 성향을 갖고 있어 미국이 우려하는 신정(神政)정치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자파리 부통령은 또 선거를 보이콧한 “수니파를 끌어안겠다”는 발언도 했다. 자파리 부통령의 ‘변신’은 정권을 장악한 시아파의 변화를 가늠케하고 있다.
▽이라크 통합이 과제=자파리 부통령은 이날 48.1%의 득표율로 제1당을 차지한 시아파 정당연합 이라크동맹연합(UIA)에 의해 새 정부의 총리 후보로 내정됐다. 자파리 부통령은 이 직후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우선 과제로 치안확보와 분열된 이라크 통합을 꼽았다.
자파리 부통령은 이날 “미군이 철수하면 이라크 치안이 악화될 수 있다”며 “미군 주도 연합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남부지방에서 미군철수를 요구하는 첫 시위를 주도할 때와는 완연히 달라진 태도다.
미국이 우려하는 두가지(철수요구 및 신정정치)에 대한 우려를 불식한 것. 이는 수니파의 반발과 무장 테러조직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당분간 미국의 힘을 빌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쿠르드족 지역에서 독립 찬반을 묻는 비공식 주민투표가 실시되는 등 분리주의 움직임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종파와 인종을 아우르는 ‘통합 이라크’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이를 위해 대통령 자리는 25.7%의 지지로 제2당이 된 쿠르드족 정당연합 쿠르드동맹리스(KAL)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대통령 후보 ‘0순위’는 잘랄 탈라바니 쿠르드애국동맹(PUK) 총재.
▽변신에 능한 정치인=1947년 시아파 성지(聖地) 카르발라에서 태어난 자파리 부통령은 66년 강경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삼촌인 무함마드 바크르 알 사드르가 세운 이라크 최초의 시아파 정당인 이슬람다와당(ID)에 입당하며 정치에 발을 디뎠다.
80년 대 초 사담 후세인 정권의 탄압을 피해 영국으로 건너간 자파리는 무장투쟁을 벌였고, 81년 레바론 수도 베이루트의 이라크 대사관 공격을 지휘했다. 이로 인해 ID는 대대적 탄압을 받아 붕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자파리 부통령은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자 재빨리 당 재건에 나섰으며 이라크 남부에서 미군 철수 시위를 주도하는 등 여론을 주도했다. 이후 미군정이 구성한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의 초대의장을 맡았다.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와 사드르에 이어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꼽힌다. 그러나 부인이 영국에서 의사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정작 본인은 여성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겉과 속이 다르다’는 평판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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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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