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비에트 연방에 속했던 나라들의 민주화는 계속 확산될 수 있을까. 장미혁명은 그루지야, 오렌지혁명은 우크라이나의 선거를 통한 민주화를 상징하는 말이다.
이번에는 27일 총선을 치르는 키르기스스탄이 관심을 끈다. 야권은 이미 이번 선거를 ‘레몬혁명’이라고 부르며 바람을 확산시키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19일 우크라이나 선거를 참관했던 키르기스스탄의 젊은이들이 ‘부흥’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레몬혁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노란색을 ‘변화의 색’으로 보고 오렌지에 이어 레몬을 혁명의 상징물로 내걸었다.
꽃이나 과일을 민주화 상징물로 이용한 원조는 그루지야. 2003년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장미를 들고 거리행진을 했고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장미혁명’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에서는 국민들이 오렌지색 깃발에 오렌지색 모자와 스카프를 착용하고 대규모 부정선거 규탄 시위를 벌여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3월 6일 총선을 치르는 몰도바도 비슷하다. 야권은 몰도바가 옛 소련 전체 포도주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점을 감안해 정권 교체를 ‘포도혁명’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년 1월 대선을 치르는 튤립의 원산지 카자흐스탄에서는 ‘튤립혁명’을 준비 중이고, 살구 생산이 많은 아르메니아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살구혁명’이라고 불릴 만하다.
과일을 상징물로 내세우는 것은 정당의 이미지를 간결하게 전달하면서 군중심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 일각에서는 “과일의 맛과 정치권의 본모습은 다르다”며 이런 선거운동 방식이 정당의 이미지를 감추는 데 악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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