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파들, 對美협상 놓고 입장 격변

  • 입력 2005년 2월 21일 18시 12분


이라크의 정치지도가 총선 이후 급변하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 뭉쳤던 시아파 정치세력이 온건파와 강경파로 갈라서는가 하면 총선을 보이콧하면서 정치적 기반을 상실한 수니파가 미국과 협상하면서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균열 생기는 시아파=총선을 전후해 침묵으로 일관해 온 강경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20일 미군 철수를 또다시 주장하면서 시아파가 술렁이고 있다.

그는 알 자지라 TV와의 인터뷰에서 “총선에 참여한 모든 정치세력은 미군 철수를 요구해야 하며 미군은 철수 시한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이 점령군을 내보내는 문(門)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라크나 이라크인들에게 쓸모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시아파 연합정당인 이라크동맹연합(UIA)에 의해 총리후보로 내정된 자파리 과도정부 부통령이 “미군과 연합군의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 시스타니에 이어 두 번째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사드르의 반미 행보는 시아파 주류 정치세력과의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UAI 소속 정당 이라크국민회의(INC)를 이끄는 아마드 찰라비 의장도 시아파 갈등의 불씨다. 그는 총선 이후 “UIA 내부에 충분한 지지를 확보했다”면서 “UIA 소속 제헌의회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총리를 뽑아야 한다”고 대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찰라비 의장이 UIA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자신의 추종세력을 이끌고 쿠르드연맹리스트(KAL)나 이야드 알라위 과도정부 총리의 이라크 리스트(IL)와 연합해 UAI에 대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협상에 나선 수니파=미 시사주간 타임은 20일자에서 수니파 저항세력이 이라크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군 측과 만나 협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최근 바그다드 그린존(안전지대)에서 열린 이 비밀협상에는 미군 고위 장교 2명과 저항세력 지도자 2명이 참석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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