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생상스의 잊혀진 오라토리오 89년만에 부활

  • 입력 2005년 2월 24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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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생상스(1835∼1921)의 오라토리오 ‘약속의 땅(La Terre Promise)’이 작곡가 사후 처음으로 17일 프랑스 파리의 ‘생제르멩 데 프레’ 교회에서 연주되었다. 1916년 프랑스에서의 초연 이후 정확하게 89년만의 연주다.

생상스는 1912년 영국을 여행하면서 헤르만 클라인이라는 인물로부터 모세를 주제로 한 영어 오라토리오를 작곡해줄 것을 제안 받았다. 이듬해 생상스는 클라인이 쓴 영어 가사를 바탕으로 작곡을 마친 뒤 처음에는 ‘모세의 죽음’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작품은 처음 영국에서 초연됐고 3년 뒤인 1916년 프랑스에서의 초연이 이루어졌다. 이때 생상스는 프랑스어 가사를 붙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이 프랑스어 가사는 발견되지 않아 이날 연주는 영어로 이루어졌다.

‘약속의 땅’의 작곡 경위나 1916년 샹젤리제 극장 준공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 작품이 연주된 사실 등은 기록으로 남겨져 있었지만, 악보가 분실되어 생상스 사후에는 프랑스에서 이 곡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영국에서 악보가 다시 발견돼 다시 이 곡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왜 이 대작곡가의 오라토리오가 역사 속에 잠들어야만 했을까. 이 곡이 초연될 즈음 파리에서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쇤베르크의 ‘달의 피에로’ 등 충격적이고 새로운 작품들이 잇따라 초연되고 있었다. 때문에 80세 가까운 노작곡가의 오라토리오는 ‘시류에 뒤진 것’으로 여겨져 연주 직후 곧 잊혀졌으리라는 추측이다.

17일 연주된 이 ‘약속의 땅’은 네 명의 독창자와 오케스트라, 합창단, 오르간을 위한 대규모 작품으로 감동적이며 매우 아름다운 오라토리오였다. 연주를 맡은 ‘아카데미 음악 앙상블(L'Ensemble de l'Academie de Musique)’은 파리와 근교의 음악원, 대학, 연구소 등의 학생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라는 점이 이채로웠다.

잊혀진 작품의 부활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현재 프랑스 문화계의 가장 큰 관심은 이 작품의 프랑스어 가사를 찾는데 집중되고 있다.

김동준 음악평론가·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음악평론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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