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패는 직원에게 달려 있다는 ‘직원 제일주의’ 철학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인에게 한국은 좋은 일터다. 한국의 강점은 바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와 직원이 서로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한국인들은 분명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고객 관계가 중요한 산업 분야가 대부분 그렇듯이 내가 몸담고 있는 항공특송업계 역시 직원의 서비스 정신이 중요하다.
최근 사무소 현장을 방문해 한국인 배달 직원과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이 갑자기 나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어디론가 바삐 가는 것이었다. 사장과의 점심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조금 전 방문했던 고객사로부터 운송물이 더 늘어났으니 또 가져가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고객의 요청을 귀찮아하지 않고 흔쾌히 달려가는 직원을 보는 것은 경영자로서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종종 외국인 고객들로부터 한국인들의 서비스 정신에 대해 “의외로 감동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얼마 전 용산 미군부대 내의 운송물 담당 장교가 한국 직원들의 서비스 정신을 칭찬하며 운송물 처리에 최선을 다해 도와준 직원들에게 감사 카드를 보내 온 적이 있다. 운송물 종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처리 기준도 까다로운 미군 부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한국인들의 서비스 정신이 이제 국제적으로 상당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20세기가 제조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서비스의 시대다. 제조업 종사자보다 서비스업 종사자가 더 많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유형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의 무형의 욕구를 배려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기업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첨단기술과 창조적 두뇌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왔지만 서비스와 고객 만족에서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요즘 외국잡지들이 선정하는 세계적인 우량기업 리스트에 한국 기업들이 오르는 빈도가 많아졌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 기업들이 많아진 것은 단순히 경영 조직상의 변화만이 아니라 직원들의 철학과 의식에도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고객에 대한 존경이다.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쉬울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프로페셔널 정신에서 최선의 서비스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약력▼
1957년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1986년 페덱스에 입사해 2003년 페덱스 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했다.
데이비드 카든 페덱스 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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