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맨들 ‘안마당’ 美NSC 시들해졌다

  • 입력 2005년 3월 2일 18시 25분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전통적으로 상호 견제가 심하다. 두 부처는 서로 상충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백악관에 보내곤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대통령을 움직이는 것은 두 부처의 보고에 대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검토의견’이다.”

1980년대 중국 담당 보좌관으로 NSC에 몸담았던 앨랜 롬버그 스팀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NSC의 위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 4년 동안 이 같은 NSC의 최종조정 기능이 약화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 3·4월호는 ‘세상을 움직이는 조직의 내막’이라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베일에 가려졌던 NSC를 전격 해부했다. 인맥도 파헤쳤다.

▽약화된 NSC 위상, 국방부의 독주=NSC의 위상이 약화된 결정적 이유는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NSC 보좌관 때문. 하루 7시간 이상 부시 대통령 옆에서 외교정책 자문역할을 하느라 부처 간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NSC의 기능이 대통령 개인 자문기구로 전락했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미 행정부 당국자는 포린 폴리시의 이 같은 분석에 대해 “그동안 라이스 보좌관에 대한 평가는 과장된 면이 있었다. 그는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읽어내지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하지는 못했다”며 수긍했다.

그런 상황에서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독주가 계속됐다는 것.

전직 NSC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집권 1기 시절 럼즈펠드 장관이 백악관에 올 때 가장 쉬운 문제는 라이스 당시 보좌관에게, 조금 까다로운 것은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에게, 더 까다로운 것은 체니 부통령에게, 그리고 정말 심각한 현안은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말했다. NSC의 위상 약화의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NSC 인맥의 ‘대부’는 헨리 키신저=NSC의 전·현직 핵심인사들은 모두 헨리 키신저 박사와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포린 폴리시는 분석했다. 이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1960, 70년대 세계 외교무대를 좌지우지했던 키신저 전 국무장관 밑에서 일했거나 ‘키신저 맨’의 참모였던 사람이다.

라이스 국무장관의 경우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NSC 보좌관 밑에서 소련 및 동유럽 담당을 했다. 포드와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스코크로프트 보좌관은 키신저 장관의 부보좌관으로 일한 인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역시 키신저의 하버드대 동료 교수이자 닉슨 행정부 당시 대통령외교정보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함께 일한 사이였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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