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사회 문제로 비화하자 당시 보건부 장관을 경질하며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
대국을 향해 갈길 바쁜 중국 정부로서는 사태 해결 능력이 부족한 책임자와는 함께 일할 수 없다는 분명한 경고였다.
둥젠화(董建華·68·사진) 홍콩 행정장관이 임기를 2년이나 남긴 채 사퇴하게 된 것은 성과와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중국의 이런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분석했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면 지도자 자격이 없다’는 후 주석의 평소 소신으로 볼 때 최근 홍콩의 잇단 국책사업 표류는 둥 장관의 업무 수행 능력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둥 장관은 빅토리아 만 매립을 비롯해 △공영 아파트단지 재건축 △세계 최대의 부동산 임대업체인 링후이 상장 계획 등을 추진했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
홍콩을 가장 실용적인 도시로 만들려는 중앙정부의 눈에는 둥 장관이 ‘무능한 인사’로까지 비쳤던 것. 지지도 역시 최근 곤두박질쳤다.
2003년 7월 홍콩 사상 최대 규모인 50만 명의 홍콩 주민이 ‘민주 회복’을 외치며 시위에 나선 것은 그의 리더십에 대한 실망감을 증폭시킨 도화선이었다.
올해 초 둥 장관의 조기 퇴진 얘기가 흘러나오자 “홍콩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행정장관 대행으로 사실상 내정된 도널드 창 정무장관은 재정장관을 6년이나 수행한 경제전문가. 중국 중앙정부는 그를 내세워 강력하고 실용적인 홍콩 건설을 꾀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