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총리는 지난해 5월 자신을 고양이로 묘사한 만평가와 이를 게재한 신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만평은 에르도안 총리의 얼굴을 한 고양이가 털실에 엉켜 있는 모습으로 그렸다. 교육에 대한 정부 정책이 자꾸 빗나가고 있음을 빗댄 것. 에르도안 총리는 이 만평을 전재한 지방신문사까지 고소했다.
터키 만평가협회 등이 에르도안 총리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나온 판결에서 법원은 만평을 그린 만화가와 신문사에 5000터키리라(약 380만 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공공연히 총리를 모욕했다”는 게 판결 이유.
하지만 지방신문사 사건을 맡은 또 다른 법원은 이 사건을 기각했다. 판사는 “공직자는 자신에 대한 칭송과 마찬가지로 비난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며 “특히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투옥된 경험이 있는 총리라면 이런 비판에 대해 더 참을성을 가져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까지 곁들였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스탄불 시장이던 1998년 이슬람을 군대에 빗댄 과격 성향의 시를 공공장소에서 낭송해 체포된 뒤 이듬해 4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 뒤 그는 ‘표현의 자유의 대변인’으로 자처해 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