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존심 소니, 외국인 CEO에 SOS…경영난 극약처방

  • 입력 2005년 3월 7일 18시 03분


하워드 스트링거
하워드 스트링거
전후 일본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며 일본 기업의 자존심으로 불려온 소니가 경영 실패를 인정하고 경영진 전면 교체와 함께 외국인에게 사령탑을 맡기자 일본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소니는 7일 이사회를 열어 주력인 전자 부문의 경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67)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안도 구니타케(安藤國威·63) 사장을 퇴진시키고 후임 CEO에 영국 출신의 미국인 하워드 스트링거(63) 부회장 겸 미국법인 사장을 내정했다.

▽몰락한 이데이의 꿈=이데이 회장은 상무이던 1995년 12명의 선임 임원을 제치고 사장에 발탁되면서 소니의 부흥을 이끌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취임식장에서 “선배들의 업적을 존경하지만 결코 참고하지 않겠다”며 ‘이데이식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고, 활발한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통해 스타 CEO로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21세기에는 콘텐츠가 기업 경쟁의 승부를 가른다”며 영화, 음반,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소프트웨어 확보에 주력하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부업’에 신경 쓰느라 ‘본업’인 전자업종에 대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DVD레코더, 디지털카메라, 디지털TV 등 신제품 개발에서 경쟁업체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나아가 액정화면에 집중한 샤프, 디지털카메라를 특화한 캐논, 가전제품 전체의 경쟁력을 키운 마쓰시타와 달리 소니는 이렇다 할 히트 제품을 내놓지 못한 탓에 실적 악화의 늪에 빠졌다.

▽닛산에 이어 소니도 ‘외국인 천하’=미국 3대 방송사의 하나인 CBS 출신인 스트링거 CEO는 1997년 소니 미국법인 사장에 올랐으며 지난해 미국 영화사 MGM 매수를 진두지휘했다. 영국 웨일스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한 그는 CBS에 입사해 30년간 기자와 프로듀서, 계열사 사장, CBS 총괄 사장을 지낸 데 이어 97년 소니아메리카 회장으로 기용됐다.

닛산자동차의 부활을 이끈 ‘용병 CEO’ 카를로스 곤 사장이 닛산을 인수한 프랑스 르노 사에서 파견된 인물이라면 소니는 경영난을 못 이겨 스스로 외국인을 영입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소니의 이번 인사는 경영진 교체를 통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에 회사 상층부와 사외이사 간의 공감대 형성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 내부에선 이데이 회장의 과도한 외부 활동과 경영진의 엘리트 의식도 경영 부진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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