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은 최근 미군의 ‘대변화(big changes)’를 비전으로 제시한 새로운 비밀문서의 윤곽을 마련했으며, 이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14일 전했다. 이는 미 행정부가 4년마다 발표하는 4개년 국방보고서(QDR·Quadrennial Defense Review)의 초안이 마련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QDR는 내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QDR에 담길 내용=럼즈펠드 장관의 목표는 이전에 나왔던 QDR와의 차별화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 문서에서 “군은 전통적인 군사작전 환경과는 다른 4대 핵심과제(core problems)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군이 △테러와의 전쟁 수행을 위한 동맹국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선제공격을 포함한 국토방위를 강화하며 △떠오르는 패권국, 잠재적 적국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적대국이나 테러단체가 대량살상무기(WMD)를 획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군사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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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R 지침서 작성에 참여했던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문제는 (미군이) 어떻게 골칫거리들이 위기로 변하는 것을 막고, 위기가 전면전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전략의 초점이 ‘사전 예방’에 있음을 뜻하는 것.
QDR 초안은 내년 초에 의회로 보내지며, 확정된 뒤에는 2009년까지 미 행정부의 전략 및 국방비 지출 결정의 지침으로 활용된다.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번 QDR에서 새로 등장한 전략적 방향은 미국이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특정 전장을 넘어 전 세계적인 갈등구조에도 지속적으로 간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그 이전에 세계를 변화시켜 사전 예방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변화시키고, 해외주둔 미군을 감축하겠다는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가 QDR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집권 2기에 민주주의 확산을 통해 세계를 변화시키겠다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문제는 미국이 이 같은 군사적 역량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고 외교력 강화에 활용한다는 전략이 주한미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만들어 한반도 이외의 분쟁지역에 동원하겠다는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 정부와의 협의와 조정 작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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