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역사학자 라이너 칼쉬 씨는 14일 발간한 책 '히틀러의 폭탄'에서 "나치 과학자들이 베를린 근처에서 몇 일 또는 몇 주 동안 원자로를 가동했으며, 독일 튀륑엔주 동남부의 오르드루프와 발트해에서 핵무기 실험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나치는 핵개발을 추진했지만 개발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는 게 그동안의 평가였다.
독일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조사하기 위해 1945년 미군과 함께 독일에 도착한 미 조사단은 독일 담당자들을 심문한 뒤 독일이 핵무기 개발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칼쉬 씨는 옛 소련군 정보보고서와 연합군측의 보관문서, 전쟁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히틀러의 폭탄은 일본에 투하된 미국 원자폭탄 보다는 소규모 전술 핵무기였지만, 2차대전 종전 직전 몇 차례 성공적인 실험을 거쳤다"고 말했다.
그는 1945년 3월 3일 나치의 강제수용소가 있던 오르드루푸에서 실시된 마지막 핵실험에서 반경 500㎡ 지역이 파괴됐고, 전쟁포로와 강제수용소 수감자 수백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 지역 토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인 세슘 137과 코발트 60이 검출됐으며, 이는 핵실험의 흔적이라고 말했다.
그의 책은 독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만 의심스러운 눈길도 없지 않다.
나치의 핵실험에 대한 책을 저술했던 물리학자 미카엘 샤프 씨는 "칼쉬는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이라며 "독일에는 원자폭탄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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