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부들의 天國’ 러시아…자산 1조원이상 부자 27명

  • 입력 2005년 3월 16일 17시 53분


러시아가 억만장자의 나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주 미국 포브스가 뽑은 개인자산 10억 달러(약 1조38억 원) 이상인 전 세계 부호 명단에 27명의 러시아 부자가 포함됐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부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2000년에는 이 명단에 단 1명도 들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러시아에서 수많은 거부가 탄생한 셈이다.

▽한발 앞선 기회 포착이 비결=포브스 러시아에 따르면 러시아 부자의 평균연령은 47세. 옛 소련 말기에 제한적으로 기업 활동이 허용됐을 때 일찌감치 시장경제에 눈을 뜨고 발 빠르게 사업에 뛰어든 청년들이다.

한때 러시아 부호의 대명사였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39) 전 유코스 회장은 당시 대학생이었다. 공산청년동맹(콤소몰)의 간부였던 그는 친구 몇 명과 개인용 컴퓨터(PC)의 수입과 조립 사업부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대규모 사유화가 시작되면서 이들은 덩치 큰 국영기업을 헐값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거침없이 돈 써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앞에선 쩔쩔매=한때 유럽 사교계에서 러시아 부자들은 경멸의 대상이었다. 거칠고 촌스러운 매너에 돈을 물 쓰듯 뿌리며 부를 과시하는 ‘졸부’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단기간에 손쉽게 막대한 부를 모으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눈치 볼 것 없는 이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유일한 존재는 크렘린이다. 푸틴 대통령에게 대들던 호도르코프스키 전 회장이 1년 넘게 감옥에 갇힌 채 그 많던 재산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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