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회의=이라크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제헌의회는 최고령인 시아파의 셰이흐 다리 알 파야다 의원을 임시의장에 선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터번을 머리에 두른 의원들이 코란을 인용하여 선서를 하던 바로 그 순간 회의장에서 몇백 m 떨어진 곳에 박격포탄 세례가 쏟아졌다.
6차례 이상의 폭발음과 연기, 뒤이은 사이렌 소리, 헬기의 굉음 속에서도 회의는 계속됐다. 각 정당 대표들이 연이어 연단에 올랐다.
새로 출범할 정부의 대통령이 확실시되는 잘랄 탈라바니 쿠르드애국동맹(PUK) 총재는 “단결되고 독립적인 이라크 연방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력한 총리 후보인 압둘 아지즈 알 하킴 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 의장은 “후세인 시절의 전범 재판과 재정 처리 등 여러 복잡한 문제를 조속히 처리할 수 있는 정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헌의회 의장으로 거론되는 가지 알 야와르 현 이라크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승자도 패자도 있을 수 없으며 함께 이기든가 지는 길만이 남았다”고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화려한 언사가 쏟아진 첫날 회의는 90분 만에 힘없이 끝났다.
‘대통령위원회’를 구성해 대통령과 부통령 2명을 선출하는 등 새 정부 조각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던 언론들의 예상도 빗나갔다. 다음 회의 날짜도 잡지 못했다.
▽산 넘어 산=첫 회의가 이렇게 끝난 것은 각 정당, 정파들 간의 이해관계가 아직까지 조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146석의 의석을 확보해 의회 최대 세력으로 떠오른 시아파의 이라크동맹연합(UIA)과 75석을 확보해 제2정당이 된 쿠르드연맹리스트(KAL)의 갈등. 어느 당도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연정(聯政)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UIA는 KAL에 대통령 자리까지 내주며 흥정하고 있지만 쿠르드족은 이라크의 최대 유전지인 키르쿠크를 당장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새 정부의 국방, 내무, 재무장관 등 요직을 둘러싼 갈등도 심각하다.
여기에 40석으로 제3당이 된 시아파의 이야드 알라위 현 총리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 |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