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절상, 다시 수면 위로

  • 입력 2005년 3월 17일 15시 50분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불어나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끊임없이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하고 있는 데다 중국도 외환시장 개혁조치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면 제한적이나마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압박받는 아시아의 공룡=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6177억 달러로 2003년보다 24.4% 급증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전체의 22.6%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

올해도 미국의 무역수지는 더 악화돼 1월에만 58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대(對) 중국 적자는 152억6000만 달러. 전체의 26.2%다.

무역수지 불균형을 완화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된 부시 행정부의 눈에 중국이 가장 먼저 띄었다.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도 환율은 달러 당 8.2765위안 안팎에서 사실상 고정돼 요지부동이기 때문.

미국은 중국이 환율제도를 바꾸고 위안화 가치를 높여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통상(通商)압력도 불사할 태세다.

▽절상시기와 폭은=우리로서도 중국이 언제, 어느 정도로 위안화 가치를 높이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원-달러 환율은 1월 말~2월 초에도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 때문에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환율 변경이 예상치 못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최근 발언에 비춰 시기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고 점치고 있기도 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鄭永植) 수석연구원은 17일 "그동안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미룬 것은 금융시스템 불안정과 국가주석의 리더십 확립 때문이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해결돼 연내 절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절상 정도에 대해서는 "달러화 연동 폭을 넓히는 식으로 이뤄지겠지만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申¤榮) 연구위원도 "중국이 연내 위안화를 절상할 확률이 50%"라며 "달러화 연동 폭을 넓히는 형태로 10% 정도의 절상은 용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신 연구위원은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가 위안화와 함께 절상될 수밖에 없겠지만 위안화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원화는 작년 10월 이후 15% 가까이 절상돼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자봉(金資峯) 연구위원은 "미국 무역적자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해 통화 절상압력이 크지 않다"며 "오히려 (중국 등에 대한) 상대적 환율조건은 개선될 수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한국은행도 17일 "위안화의 미 달러화 연동 폭이 확대돼도 중국 런민(人民)은행이 시장에 개입, 위안화 절상을 억제할 것으로 보여 아시아 각국 통화의 동반절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절상돼도 제3국에서 중국과 경합하는 업종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중국을 경유한 '우회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전체적으로는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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