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문제 한국측 강력 반발에 日 당혹

  • 입력 2005년 3월 17일 16시 04분


일본 정부는 시마네현 의회가 독도의 날 조례를 제정한 데 따른 한국측 반발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자 뒤늦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외무성 일각에서는 "진즉에 조례 제정을 막을 방도를 궁리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17일 전했다.

일본측은 한국 정부로부터 수차례 사전 '경고'를 받고도 "지방자치단체 의회 일에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사실상 조례 제정을 묵인했다.

반기문 외교통상장관은 작년 11월 라오스에서 열린 한중일 외무장관회담 후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에게 "내년이 어떤 해인지 아시지요"라며 역사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킨 바 있다.

외무성은 시마네현 조례 제정 움직임을 작년 가을부터 알고 있었으나 "역사문제가 아니다"며 모른 체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측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태도를 바꾸지 않은 것은 조례가 제정된다 해도 한국측 반발이 일시적인데 그칠 것으로 오판했기 때문.

그러나 독도의 날 제정은 시기상 역사 왜곡 교과서, 징용희생자 유골 미송환 등 문제와 맞물리면서 한국민의 반일 감정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한 외무성 간부는 "국교정상화 40주년보다 을사조약 100년 쪽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며 개탄했다. 실효성 측면에서 무의미한 조례를 현민들의 감정만 고려해 제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외무성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일로 한국과의 공조 관계에 금이 가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6회담 등에서 한미일 공조 체제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독도와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 등 '역사 문제'를 호재로 삼아 한국을 거들며 일본에 대해 공세를 취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내 여론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어 당분간 사태를 관망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16일 밤 회견에서 기자들이 향후 대처방안을 묻자 "냉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말만 4번이나 되풀이 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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