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만 가는 韓日관계]<下>양국전문가가 본 해법

  • 입력 2005년 3월 17일 18시 24분


《일본 시마네(島根) 현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제정으로 한일관계가 악순환에 빠진 데 대해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냉정한 대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풀기 위해서는 양국 국민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한국의 시각=한국 전문가들은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할 때가 됐다”면서도 체계적인 대응과 다양한 외교카드의 사용을 제안했다.

김영구(金榮球·전 한국해양대 교수) 여해연구소장은 “손가락을 자르고 할복하는 행위는 오히려 국제사회에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며 “그간의 간헐적이고 미봉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국제사회를 상대로 조직적인 홍보전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석(李琦錫·지리학) 서울대 교수도 일본이 세계 각국의 언론사나 지도제작사에 대한 물밑 작업을 벌여온 사례를 들며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역사적 근거가 충분한 만큼 이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위(李昌偉·국제법) 대전대 교수는 “북방 4도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로 각각 일본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과의 연대, 일제의 만행에 대한 국제연대활동 등 다양한 카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본 지식인 그룹을 대상으로 한 설득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다. 김경민(金慶敏·국제정치학) 한양대 교수는 “격앙된 분위기를 자제하고 일본 내에 건전한 지식인들이 있는 만큼 그들을 설득해 우리 입장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시각=일본의 한국 전문가들은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이 돌출될수록 다양한 민간 교류를 확대하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역사 문제는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사키 소지(高崎宗司·한일관계사) 쓰다주쿠대 교수는 “다케시마-독도 문제는 두 나라가 서로를 믿고 논의할 수 있는 단계가 되기 전까지 지금처럼 ‘애매한 상태’로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그런 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없으면서 조례안 제정을 강행한 시마네 현 의회의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고하리 스스무(小針進·한국사회)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과거 역사를 생각할 때 한국이 일본의 자세에 불만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한국의 대응을 보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식으로 나서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독도 도발’이나 역사교과서 왜곡에 찬성하는 이들은 일본에서도 소수인데 마치 ‘일본 전체가 못돼 먹었다’는 식으로 대하면 한국에 호의를 갖고 있거나 중립적인 시민들까지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회사원 후지사카 고지(藤坂浩司·41) 씨는 “일본의 중년 이상의 세대는 한국에 대한 시각을 교정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사고가 유연한 젊은 세대부터 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며 두 나라 대학생 간의 토론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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