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호텔 주방에서 일한 나는 싱가포르를 거쳐 말레이시아로, 이후 한국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사계절이 아름답고, 사람들의 성질이 급하다는 점을 제외하곤 한국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채 한국행을 결정했다.
2003년 3월 서울에 도착했을 때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음식의 질을 높이고, 호텔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면서 동시에 손님들을 만족시키는 일이었다. 하나하나 떼어 놓으면 쉬워 보일지 모르나 그것들을 모두 합쳐 한그릇에 넣고 섞는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거기다 바쁜 주방일로 인한 피곤과 나를 힘들게 하는 몇몇 인간관계 등이 더해지면 모두 얻기는 어렵기 마련이다.
첫 번째 선택은 모두 버리고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고, 두 번째 선택은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면서 완벽한 팀워크를 발휘해 문제를 풀어 가는 것이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지난 2년 동안 후자의 길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살면서 나는 현지 문화를 받아들이고 최대한 그에 적응하려고 노력해 자신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거기의 삶이 어떠할 것이고, 어떻게 처신할 것이냐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큰 실수를 낳을 수 있다. 한국에서 살아가고 그 삶을 즐기기 위해서 때로는 ‘대강 어물쩍 넘어가고’, 때로는 날카롭게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많은 인내심을 요하지만 분명 한 사람의 성품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 있는 동안 나는 새로운 요리의 영역을 경험했고, 한국 요리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한국의 음식 산업은 현재 전환기에 있으며 사람들은 미식과 와인에 점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그것은 좋은 현상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외국 음식의 추세는 한국인 입맛에 맞추기였다. 나는 앞으로 외국 음식들이 다시 자신의 본래 맛을 찾고 사람들은 그 본연의 맛을 점점 더 즐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릴 수도 있지만….
좋은 식사를 하는 것은 여행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한국인들을 위해 2년 동안 내 입맛을 바꿔 왔고 전에 못 먹던 것들도 지금은 아주 즐기고 있다. 나는 역동적인 한국의 빠른 변화 속에서 새로운 맛의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 나의 집인 이곳에서.
루크 데일 로버츠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총주방장
▼약력▼
1971년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 스위스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14년 넘게 음식 만드는 일을 했다. 2003년 한국에 왔으며, 총주방장 직무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능통하며 여행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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