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인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전쟁 발발 전만 해도 이라크인들은 어디서나 쉽게 휘발유를 살 수 있었다. 가격도 휘발유 1L에 20디나르(당시 환율로 약 10원) 수준이었다. 1달러만 있으면 승용차 연료통을 두 번이나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개인의 삶은 갈수록 악화=지난해 11월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이라크 내 테러는 어린이들에게 대재앙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뒤 어린이 영양실조 비율은 두 배로 늘었다. 어린이 8명 중 한 명은 5세 이전에 죽는다.
영국의 의학주간지 랜싯은 지난해 10월 “이라크전쟁 개전 이후 이라크 민간인 약 10만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대부분 남성. 이 때문에 여자가 생계를 꾸려나가는 가정이 늘고 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李熙秀) 교수는 “전쟁터에서 남편을 잃고 경제력이 없는 여성들이 최근 생존을 위해 이라크 인근 국가에서 장기 밀매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각국, 이권 확보 위해 경제전쟁 중=2003년 10월 미 의회는 184억 달러(약 18조4000억 원)의 이라크 재건기금을 승인했다. 이라크전쟁 발발 1주년인 지난해 3월에는 집행 비율이 2%가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9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말까지 12%(22억2100만 달러)가 집행됐다. 그만큼 이라크 재건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사회도 이라크 재건을 위해 130억 달러(약 13조 원)의 원조를 약속했다. 이라크 채권국 협의체인 파리클럽 회원국들은 지난해 11월 이라크 대외 부채(420억 달러)의 80%를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탕감해 주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재건 사업의 과실을 따먹기 위한 세계 각국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이라크 주재 경제자문관이던 블라디미르 차모프 씨를 이라크 대사로 임명한 뒤 “앞으로 러시아 기업인들이 이라크 재건 사업에 적극 뛰어들 수 있도록 여건을 즉시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이라크에 진출한 기업들은 테러 위험과 그에 따른 치안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미국의 교통시스템 구축업체인 ‘콘트랙’, 이집트의 이동통신서비스업체 ‘이라크나’ 등은 아예 이라크를 떠났다. 하지만 올 1월 30일을 기점으로 이라크가 안정되고 있다고 판단한 외국 기업들이 이라크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김규식(金圭植)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치안 상황이 개선된다고 가정하면 향후 이라크 투자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아랍권에서 관세율(5% 단일관세율)이 가장 낮고 자원분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에 100%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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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자료조사=김아연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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