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로브(민주당) 상원의원과 공화당 성향의 로렌스 실버먼 전 연방대법원 판사가 이끌어 온 ‘로브-실버먼 위원회’가 이날 내놓을 보고서는 15개에 이르는 미 정보당국의 역량에 대한 총체적 해부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는 이란과 북한 핵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28일자)는 이를 계기로 미국이 ‘과연 이란과 북한에 대해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느냐’는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이 증폭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요 및 의미=미 정보당국의 한 소식통은 최근 기자에게 이렇게 개탄한 적이 있다. “최고 수준의 정보원들이 보내 온 이라크 보고서가 행정부 최고위급까지 올라가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라크 선제공격을 염두에 두고 있던) 그들이 듣고, 보고하고 싶은 내용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는 “1998년 이후 이라크에는 단 한 명의 미 중앙정보국(CIA) 소속 첩보원도 없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총 15개 조직, 연간 예산 400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미 정보국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미 정보당국의 이미지는 9·11테러 이후 ‘끝없는 추락’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1월 미국 이라크조사단 단장을 지낸 데이비드 케이 씨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했다는 행정부의 주장은 허위였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 대표적인 예. 국제적 비난 여론이 쏟아졌고 궁지에 몰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초당적인 로브-실버먼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내용 및 파장=보고서는 북한과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 정보의 ‘수준’에 대해 신랄하게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는 “북한과 이란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적 지지가 필요한데 보고서 내용이 공개될 경우 부시 행정부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잡지는 이어 최근 북한이 선포한 ‘핵무기 보유설’의 진위에 대해 미 정보당국이 아직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논란이 돼 온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보유 현황에 대해서도 보고서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거리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정보 검증 조사위원회 비교 | |||
| 출범 배경 | 활동 내용 및 보고서 내용 | 파장 |
9·11테러 진상위원회 | 9·11테러 원인 조사 및 대책 마련 집중 분석 | -총 585페이지짜리 책으로 출간, 공개 -20개월에 걸친 조사 활동 -9·11테러를 방지하지 못한 것은 미 행정부의 상상력, 정책, 정보역량의 부족 때문이었으며 그중 가장 중요한 실패 요인은 (정보의 연관성을 연결 짓는) 상상력의 빈곤이었다고 결론 | -국가정보국장과 대테러센터를 신설 -미 정보 당국의 정보수집 능력 및 정확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 실추 |
로브-실버만 조사 위원회 | 미국의 이라크조사단장 데이비드 케이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WMD 보유’ 주장은 허위라고 증언한 이후 미 정보 능력에 대한 총체적 점검 위해 출범 | -2004년 2월 출범, 1년여 동안 진상 조사, 31일 보고서 제출 예정 -이라크 외에도 이란 및 북한에 대한 미 행정부의 정보 수집 능력 및 정확성을 점검하는 내용 담을 전망 | -미국의 대이란 및 북한 핵 정책에 대한 국제적 신뢰 훼손 가능성 |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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