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석달만에… 印尼 니아스섬 죽음의 도시로

  • 입력 2005년 3월 29일 18시 47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연안에서 리히터 규모 8.7의 강진이 발생한 28일 밤.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남아시아 인도양 주변국가의 주민들이 또다시 지진해일(쓰나미)의 공포에 떨었다. 바닥이 흔들리고 건물이 무너지자 해안 저지대 주민들은 가족의 손을 움켜잡고 바다의 반대쪽으로 내달렸다. 새벽이 되도록 지진해일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떨리는 가슴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았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또한 두려울 뿐이었다.

▽최대 피해지역 니아스 섬엔 공포가 가득=“이곳은 마치 죽음의 도시 같다. 모두가 극도의 공포에 싸여 있다.”

니아스 섬 서쪽 해안 구눙시톨리 시의 아구스 멘드로파 부시장은 현지 라디오 방송에서 수백 명이 폐허에 갇혀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니아스 섬은 진앙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주민 거주지로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지역. 발리 섬 크기와 비슷한 125km²의 면적에 50만 명이 살고 있는 이 섬은 통신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복구 작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서핑과 휴가지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지난해 말에 일어난 지진과 지진해일로 주민 340명이 숨지고 1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마을에서 3km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는 이탈리아 선교통신사 MISNA의 레이먼드 라이아 신부는 29일 “창문으로 내다보니 불길이 높이 치솟고 있었다. 마을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말했다.

▽인도양 남아시아 국가는=“깜짝 놀랐죠. 지난해 발생했던 지진해일이 다시 몰려오는 줄 알았으니까요.”

태국 푸껫의 여행사 ‘선 라이즈 게스트하우스’의 김용대(40) 사장은 29일 오전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전날의 ‘악몽’을 전했다.

태국 TV가 28일 오후 11시 40분 경(현지 시간) 지진 소식을 전한 뒤 관광객과 주민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숙소에서 급하게 뛰쳐나오느라 관광객 대부분은 맨손이었다. 잠옷 차림에 호텔 슬리퍼를 신은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지진해일의 최대 피해지역인 반다아체에 살고 있는 한 대학생은 “지진이 발생하자 지진해일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곧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공항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아직도 수십만 명이 야영 생활을 하고 있는 반다아체 주민들은 천막에서 빠져나와 “알라 아크바(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두려움에 떨었다.

인도네시아 안타라 통신은 아체 주 남서부 해안에 있는 아체 싱킬 마을 전체가 지진으로 폭삭 무너졌으며 전기가 끊기고 도로 곳곳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고 전했다. 한 기독교 재단의 봉사자는 29일 오전 이곳에서 21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허술한 지진해일 경보체계=지난해 12월 지진해일의 쓰라린 교훈 때문인지 이번에는 비교적 경보체계가 신속하게 작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남아시아 지역 자체의 지진 경보체계 부실 등 해결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미국 하와이 주 호놀룰루 소재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태평양지진해일경보센터(PTWC)는 28일 밤 지진 발생 20분 만에 지진해일 발생 가능성을 경고해 1시간 이상 걸려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지난해보다 나아졌다고 28일 UPI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29일 이번 지진으로 다시 한번 국제적인 지진해일 조기경보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印尼, 규모 8.7 강진 덮쳐…최대 2000명 사망 ▼

28일 오후 11시 9분경(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연안에서 리히터 규모 8.7의 강진이 발생해 진앙에서 남쪽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니아스 섬 주민 2000여 명이 건물이 붕괴되면서 사망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29일 엘 신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번 지진으로 (니아스 섬에서) 사망한 사람은 최대 2000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진으로 니아스 섬의 주택 70%가 파괴됐으며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붕괴된 건물 아래에 깔려 있는 점을 근거로 희생자 규모를 이같이 추정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남아시아를 강타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津波)로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태국, 스리랑카, 인도 등 인도양 주변국은 지진 발생 직후 지진해일 경보를 발령한 뒤 해안 저지대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규모 지진해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조중표(趙重杓) 외교통상부 재외국민영사담당 대사는 “현재 수마트라 섬의 반다아체 지역에 파견된 지진해일 구호요원 5명과 메단 시에 거주하는 교포 100여 명은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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