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美보복 압력에 쇠고기 수입 재개키로

  • 입력 2005년 3월 29일 18시 50분


일본 정부가 무역 보복을 불사한다는 미국의 압력에 밀려 2003년 11월 광우병(BSE) 파동 이후 금지해 온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일본 식품안전위원회는 28일 생후 20개월 이하의 소를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새로운 광우병 검사기준을 확정했다. 위원회는 “검사기준을 완화해 태어난 지 20개월이 안 된 새끼소를 검사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광우병 감염 위험도는 ‘매우 낮은 수준의 증가’에 그칠 것”이라며 이같이 결정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일본 제품에 대한 무역 보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을 가하자 다급해진 일본 정부가 위원회를 움직여 서둘러 수입 재개의 길을 튼 것.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9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 문제는 단순히 무역 차원이 아니라 미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일본 측을 몰아붙였다.

식품안전위원회는 지금까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전두검사 방침을 고수해 왔다. 일부 위원은 “여러 자료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를 이렇게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는 일본 내 행정 절차를 거쳐 7월 이후 수입이 재개될 전망. 외식업계는 환영했지만 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의 대미(對美) 저자세를 곱지 않게 보고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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