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 부는 ‘국어사랑’…“게일어를 되살리자”

  • 입력 2005년 3월 30일 18시 41분


아일랜드 정부는 서부 연안 대부분 지역에서 도로 표지판과 지도에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해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마을 및 교차로 등에 설치된 2300여 개의 도로표지판에서 영어가 사라진다. 지금까지는 아일랜드어(게일어)와 영어가 함께 표기돼 왔다.

또 영어로 된 일부 지명들도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게 됐으며 지역 내 정부 문서와 지도에서도 영어가 완전히 사라진다.

앞서 서남부 딩글 반도에서는 수주일 전에 영어로 된 표지판들이 시범적으로 철거됐다.

주민들은 당분간 이 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혼란을 줄까 우려하지만, 대체로 새 법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아일랜드어 주창자들은 전통적인 게일어 지명이 지역의 역사를 더 잘 보여주고 있어 관광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1922년 아일랜드가 영국의 지배에서 독립한 뒤 사라져가는 게일어를 되살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아일랜드 역대 정부는 학교에서 게일어 교육을 의무화하고 게일어를 모르면 취업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민족어 장려정책을 펴 왔다.

정부는 앞으로도 게일어 교육에 해마다 5억 유로(약 6630억 원)를 할당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게일어가 아일랜드 국어로 확실히 자리 잡자면 아직도 적지 않은 시일이 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약 400만 인구 중 게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은 5만5000명에 불과하고, 조사결과 인구의 40%가 게일어를 잘한다고 응답하고 있지만 유창하지는 못한 실정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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