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부시, 친환경정책이 우선입니다”

  • 입력 2005년 3월 31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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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코앞에 닥친 에너지 위기를 무시하고 그 대신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서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장 잘못 매긴 대통령이다.

누군가는 “어이, 프리드먼 선생. 너무 과장하는 것 아니오”라고 반문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나는 과소평가하고 있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친환경 정책을 반대함에 따라 미국이 잃고 있는 기회와 미국이 떠안고 있는 위험을 보라.

미국이 석유 소비를 줄이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아군과 적군) 양쪽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즉, 석유 소비로 거둬들인 세금으로 미군을 유지하지만, 동시에 석유를 사들이면서 아랍의 지하드(성전·聖戰) 전사들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또 석유 붐 덕분에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독재자는 더욱 권력이 강해졌다. 게다가 미국이 석유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놓고 전 세계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중국의 외교 정책은 매우 간단하다. 대만 독립 방지와 석유 찾기.

마지막으로 미국은 기후변화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상황은 갈수록 나빠질 것이다. 어느 잡지 4월호는 갤런당 40∼50마일을 달리되 소량의 배기가스를 내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해 다뤘다. 그중 한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현재 8억 대의 승용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2050년 중국과 인도에 승용차가 흔해지면 승용차는 32억5000만 대가 될 것이다. 이는 환경에 대한 상상할 수 없는 위협이 될 것이다. 친환경 차량으로 바꾸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차량 수가 4배가 된다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4배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필자가 ‘친환경 전략(geo-green strategy)’이라고 부르고자 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갤런당 4달러의 석유세를 부과해야 한다. 석유세는 원유 값이 떨어지더라도 4달러를 유지해야 한다. 갤런당 4달러(유럽 평균은 6달러)를 부과하면 미국인들의 차량 구입 습관이 변할 것이다. 자동차회사들도 하이브리드 혹은 에탄올 엔진차를 만들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석유 소비는 줄어들 것이다.

핵발전소를 다시 지어야 한다. 최신 핵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고 깨끗하다. 미래학자인 피터 슈워츠 글로벌비즈니스네트워크(GBN) 회장은 “탄화수소를 이용해 생기는 기후 변화의 위험이 핵 발전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후 변화가 실제 일어나고 있고 지구 전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탄소세를 매겨야 한다. 탄소세를 매기면 기업들이 석탄 대신 풍력, 수력, 태양력 등 친환경 에너지로 바꿀 것이다. 탄소세에서 나온 수입으로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고 석유 수입도 줄일 수 있다.

환경정치(geopolitics). 이것은 국가 재정에 좋은 정책이요, 기후에 좋은 정책이다. 정치에도 좋다. 슈워츠 회장은 “환경정책을 중시하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리무진 대신 포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에스케이프’를 타고서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복음주의자, 환경론자를 연대시키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국내외에서 그의 인기는 치솟을 것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사회보장정책과 쇠고기 수출, 생명 문제에 대해 에너지를 쏟고 있다. 미래 역사학자들은 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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