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는 문제가 많은 발언들이지만 일본인들의 속내는 어떨까. 한국을 잘 아는 일본의 한 지식인에게 물어봤다. “천황은 일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 그는 “종갓집 어른과 같다”고 답했다. “평상시엔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지만, 다른 사람이 필요 없다거나 욕을 하면 기분이 나빠지는 게 종갓집 어른과 비슷하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천황은 종갓집 어른 이상이다.
▷일본에는 천황과 관련된 공휴일이 사흘이나 된다. 2월 11일 건국기념일은 초대 천황인 진무(神武)천황이 기원전 660년에 즉위한 것으로 ‘추정하는’ 날이다. 7월 20일 ‘바다의 날’은 1876년 메이지(明治)천황이 최신식 배를 타고 홋카이도(北海道)를 거쳐 요코하마(橫濱)에 귀항한 날이고, 12월 23일은 지금 천황의 생일이다.
▷일본에 천황 관련 공휴일이 하루 더 생길 모양이다. 1일 일본 중의원 내각위원회는 현재 ‘미도리(綠)의 날(식목일)’로 돼 있는 4월 29일을 ‘쇼와(昭和)의 날’로 변경하는 경축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4월 29일은 원래 쇼와천황의 생일인데 1989년 1월 그가 세상을 뜨자 ‘미도리의 날’로 바뀌었다. 쇼와천황은 패전 후인 1946년 1월 1일 ‘신격(神格)’을 부인하고 ‘인간선언’을 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의식 속에는 아직도 ‘천황은 신’이라는 ‘천황 DNA’가 살아있는 것 같다. ‘쇼와의 날’ 소식을 들으니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심규선 논설위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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