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리실은 2일 전국 관공서와 학교에 24시간 동안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좌파를 중심으로 반대론자들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해 온 프랑스의 오랜 전통을 깼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일부 지방의 시장들은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올해는 정교 분리를 명시한 법이 시행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논쟁은 더욱 거세다. 게다가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법을 새로 만들어 학교에서 이슬람 여학생의 히잡(머리수건)이나 유대인 남학생의 모자 등 종교 상징물의 착용을 엄격하게 금지했기 때문에 조기 게양은 형평에 어긋난 처사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3일에는 이 문제로 TV토론회까지 열렸다. 파리의 문화 담당 부시장은 TV에 출연해 “관공서와 학교 앞에는 ‘자유 평등 박애’라고 씌어 있지 ‘가톨릭 프랑스’라고 씌어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장 프랑수아 코페 정부 대변인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평화를 상징하는 예외적인 인물이므로 조기 게양은 단지 경의를 표시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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