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작가로 일본 문학계의 원로 문인인 김석범 씨(79·사진)가 전한 최근 일본 지식인 사회의 흐름이다.
3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 4·3 사건 57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후 서울에 온 그는 6일 동국대에서 ‘언어, 민족 그리고 세계문학’을 주제로 문학 강연을 했다.
그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던) 소설가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의 경우 극우화되고 있는 일본 지식인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도쿄 시민들이 (그의 망언에도 불구하고) 그를 선거에서 지지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현재 우파로 치닫는 일본 사회를 비판하는 오에 겐자부로(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와 같은 이는 일본 문학계에서 소수일 뿐”이라며 “정치에 무관심한 대다수 신세대 일본 문인들도 결국 우익에 적당히 동조하면서 보수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국이 도덕적 차원에서 대응한다면 일본은 할 말이 없을 겁니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지금까지 일본에 대해 한번도 할 말을 제대로 한 적이 없어요. 한국은 지금부터라도 독도문제뿐 아니라 관동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 문제 등을 제대로 짚고 철저하게 질타해야 합니다.”
그는 “재일교포 작가들은 과거 지배자의 언어(일본어)로 글을 써야 한다는 자의식을 극복하는 문제와 늘 부딪히며 산다”며 4·3사건을 다룬 자신의 대표작 ‘화산도’에 대해서도 “일본어 문학일 뿐 일본 문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산도’는 일본 아사히신문이 주는 권위 있는 오사라기 지로상과 마이니치 예술상 등을 수상한 대작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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