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켄트 콜더]‘쓰나미 정치’와 울포위츠의 선택

  • 입력 2005년 4월 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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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의 파장이 소리 없이 워싱턴을, 그리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반도를 감싸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초기의 미진했던 쓰나미 피해 구제활동에서 전폭적인 지원으로 선회하면서 워싱턴의 ‘쓰나미 정치’는 태동했다. 미국은 피해지역인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인도 등 제3세계 개발 지원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면서 역사의 평가, 미국의 대외 이미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1월 말 이라크 총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부시 행정부는 대외정책의 정치적 전략적 방정식을 새롭게 쓰기 시작했다.

워싱턴의 쓰나미 정치는 5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은 세계은행이나 유엔 같은 국제기구가 미국의 이익이란 큰 틀 안에서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여론을 청취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민주, 공화 양당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됐고, 제3세계의 교육 건강 여성권리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면서 부시 행정부 내에서 백악관의 정책 장악력은 더 세졌다.

부시 2기 행정부는 쓰나미 피해 복구 과정을 통해 전술적으로 섬세해졌고, 부드럽고 점잖은 얼굴로 세상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쓰나미 정치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점에 부시 대통령은 외교정책의 양대 참모인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국무장관으로,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세계은행 총재로 보냈다. 두 참모는 앞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대외활동을 펼치며 다자간 조율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논의하게 된다.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도 지난달 말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가족과 여성 평등 문제에 관심을 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민주당의 의견을 조용히 경청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그는 최근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 전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인 크리스 도드 상원의원,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톰 랜토스 의원을 백악관에 초대해 다양한 견해를 들었다.

그러나 쓰나미 정치 현상이 핵개발 카드를 움켜쥔 북한에도 좋은 징조로 작용한다고 볼 수만은 없다.

우선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인 존 볼턴 국무부 차관, 울포위츠 부장관이 유엔대사와 세계은행 총재로 옮겨갔다. 재미있는 것은 볼턴 대사는 북한 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라는 ‘채찍’을 쥐게 됐고, 울포위츠 총재는 북한 개발에 필요한 대외 지원이라는 ‘당근’을 쥐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울포위츠 총재는 일생 동안 핵 확산 방지, 지역 안보위협 제거, 민주적 체제 확립 문제에 매진한 인물이다. 북한의 태도가 달라진다면 한반도 상황에 대단히 동정적일 수 있지만, 현상이 유지된다면 북한에 비판적이었던 그의 견해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울포위츠 총재는 30년 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쓴 저서 ‘복원된 세상(A Restored World)’에 대단히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인물이다. ‘복원된 세상’은 나폴레옹 전쟁 이후의 유럽 질서 구축을 위해 1814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빈 회의’를 다룬 책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 책에서 세력 균형을 위해서는 다소 비도덕적으로 비치더라도 주요 강대국 사이의 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에서 태동한 쓰나미 정치와 울포위츠 총재의 세계은행은 어떤 질서를 만들어낼까.

켄트 콜더 존스홉킨스대 교수·동아시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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