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미 레바논총리 전격사퇴…내달 총선 불투명

  • 입력 2005년 4월 14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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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친(親)시리아계 오마르 카라미 총리가 거국 정부 구성 실패의 책임을 지고 13일 사퇴했다.

카라미(사진) 총리의 사퇴는 2월 28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레바논 야당은 ‘정권 연장을 위한 술책’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카라미 총리는 여야를 포함하는 거국 정부를 만들기 위해 7주간 노력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사퇴했다. 선거구 획정 문제와 총선 주무장관인 내무장관의 선임 문제 등을 놓고 여야 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야당은 첫 사퇴 때와 달리 즉각 총파업과 장외투쟁을 경고하고 나섰다. 첫 사퇴 때는 ‘백향목 혁명’에 따른 친시리아 지도부의 퇴진을 의미했지만 이번 사퇴는 정국 연장을 위한 책략이라는 게 야당의 분석.

친시리아 성향인 레바논의 현 의회는 5월 31일 임기가 종료된다. 카라미 총리가 사퇴하면 5월 31일 이전에 총선을 치르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선거법을 협상하고 의회를 통과시키는 데 최소한 수주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총선이 5월까지 실시되지 않으면 현 의회가 임기를 수개월 연장한다. 이는 친시리아 정부의 합법적 연장을 뜻한다.

야당 지도자인 엘리아스 아탈라 씨는 13일 “친시리아계의 의회가 총선 연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정국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조만간 총파업과 평화적 시위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지금까지 레바논의 정국 혼란은 종파 간 분열로까지 확산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카라미 총리의 두 번째 사퇴로 약 1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과거의 내전(1975∼90년)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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