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심상찮다…미국發 침체 경보, 日-유럽도 먹구름

  • 입력 2005년 4월 18일 18시 29분


《국제통화기금(IMF)과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비롯해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를 떠받쳐 온 미국 경제의 ‘쌍둥이 적자’가 계속 늘어나 금리 급등 가능성이 커진 데다 유럽연합(EU)과 일본 경제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세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상을 둘러싸고 미국과 통상 마찰을 겪을 가능성도 있고 고(高)유가 지속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의 경제성장률도 동반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의 증시 폭락은 이 같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 EU 일본 등 성장세 동반 위축=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미국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7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연 1%에서 2.75%로 인상했지만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세대 이두원(李斗遠·경제학과) 교수는 “보통 금리를 올리면 소비가 줄어 수입과 무역적자가 감소해야 하는데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라며 “금리를 올리지 않았으면 무역적자 규모는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경기지표를 봐도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3월 중 비농업부문 일자리 증가는 11만 개(당초 예상 22만 개)에 머물렀고 3월 중 소매판매는 0.3%(당초 예상 0.8%) 증가에 그쳤다.

IMF는 13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 경제성장률이 3.6%에 그쳐 지난해(4.3%)보다 0.7%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쌍둥이 적자가 더 늘어 금리 인상 폭이 확대된다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미 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한다면 세계적인 수요 감소와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

10여 년간의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일본은 수출 증가세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성장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IMF는 일본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가을 예상치보다 1.5%포인트 낮은 0.8%로 수정 전망했다.

유럽연합(EU)도 높은 실업률과 유로화 강세 등으로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예상된다.

▽위안화 평가 절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증폭=미국은 쌍둥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대해 위안화 평가 절상 압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17일 G7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했던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위해) 지금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14일 “중국이 변동환율제를 택하면 미국은 중국과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할 수 있다”며 위안화 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미 의회도 중국 수출상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162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국 국무원은 18일 미국과 EU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기존 환율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통상마찰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재하(朴在夏)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사회는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위안화 평가 절상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분간 세계 경제 불확실성 계속될 듯=현재의 불확실성 요인들이 세계 경제의 침체로 현실화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욱(金炫旭) 연구위원은 “G7 재무장관이 모여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경고한다는 자체가 각국이 리스크를 관리하고 공동 보조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 한다는 신호”라며 “불확실성을 너무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의 불안 요인들이 해소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金漢進) 전무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은 단기간에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문제”라며 “세계 경제는 반복적으로 불확실성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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