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서 왕관에 들어 있는 순금의 양을 재는 방법을 발견하자 기쁨에 들뜬 나머지 알몸으로 뛰쳐나오며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더크 오빈크 박사팀이 요즘 그런 심정이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뭉치에 적힌 그리스 로마 시대의 걸작을 해독하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17일 오빈크 박사팀이 19세기 말 이집트 중부 마을 옥시린쿠스의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파피루스 뭉치 ‘옥시린쿠스 파피리’(사진)를 해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는 성배(聖杯)의 발견에 필적할 만한 쾌거”라면서 “서양의 고전 역사를 다시 쓰는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지난주 벌레 먹고 썩고 시커멓게 변색돼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옥시린쿠스 파피리’에 대한 해독작업에 들어갔다.
이로부터 불과 나흘 뒤 연구팀은 기원전 7세기 서사시인 헤시오도스의 작품, 기원전 5세기 희곡작가 소포클레스의 ‘에피고노이(Epigonoi)’, 서정시인 아르킬로코스의 작품 일부 등 그동안 작품명만 알려졌을 뿐 내용은 확인할 길이 없던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작품들을 찾아내거나 해독하는 ‘믿기 힘든’ 성과를 거뒀다.
특히 남은 작품이 거의 없는 아르킬로코스의 작품인 30줄짜리 원고는 매우 귀중한 것으로 평가된다.
옥스퍼드대 새클러도서관에는 800개 상자에 담긴 40만 개의 작품, 500만 단어가 해독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그리스 로마 시대 작품의 20%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오빈크 박사는 “최첨단 적외선 기법 덕택”이라며 “신약성서의 4대 복음서와 같은 시기에 쓰였으나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또 다른 복음서들을 발견할 가능성도 높다”고 흥분했다.
영국의 역사학자 베터니 휴즈 씨는 “이집트 쓰레기 더미에서 금광이 발견됐다”면서 “앞으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 지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재정을 지원하고 ‘옥시린쿠스 파피리’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런던의 ‘이집트 탐구회’는 이번에 1차로 해독된 작품들을 다음 달 책자로 발간할 계획이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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