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회 보스턴마라톤대회가 열린 19일 보스턴에서 9650km나 떨어진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도 ‘보스턴마라톤 이라크’란 특별 대회가 펼쳐졌다.
코스 곳곳엔 보스턴마라톤대회와 똑같은 광고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참가자인 미군 250여 명은 보스턴마라톤 T셔츠를 입고 달렸다. 백넘버도, 레이스 도중 마시는 물도 보스턴마라톤과 같았다. 완주자는 보스턴마라톤 완주 메달을 받았고 기록증도 보스턴마라톤 공식 기록증이었다.
시차 때문에 ‘보스턴마라톤 이라크’가 조금 빨리 시작됐다. 나시리야는 테러 위협이 잠재해 있는 곳. 하지만 미군들은 4000년 전 건설된 12m 높이의 지구라트(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되는 고대의 성탑)가 서 있는 고고학과 종교의 중심지를 평화롭게 달렸다. 이 대회는 뉴햄프셔주 방위군 출신인 로드니 프리먼 대위가 기획한 것. 보스턴마라톤 마니아인 프리먼 대위는 “전쟁터에서도 마라톤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나를 주위에선 미쳤다고 했지만 많은 동료 병사들이 지지해 대회를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은 미국의 국경일인 ‘애국의 날(4월 셋째 주 월요일)’. AP통신은 ‘몸은 전장에 있었지만 보스턴 시가지를 달린 것과 다름없었다’고 전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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