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6시 40분 경(현지 시간) 성 베드로 성당의 발코니 문이 열리고 라틴어로 “여러분에게 큰 기쁨을 알린다. 우리가 (새) 교황을 얻었다”는 외침이 세상에 울려 퍼졌다.
곧바로 흰색 교황 예복을 입은 새 교황이 숨죽인 군중 앞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우르비 에 오르비’(라틴어로 세계만방)에 축복을 내리면서 제265대 교황의 공식 역할을 시작했다.
이처럼 세계 11억 가톨릭 신자들이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한 지 17일 만에 새 교황을 맞이하는 순간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아∼ 지금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오후 6시를 알리는 종이었습니다.” “아∼ 이제 진짜 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오후 5시 50분.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회 연기가 피어오르자 성 베드로 광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오전에도 이를 흰 연기로 착각했던 순례객들은 쉽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몇분 뒤 ‘흰 연기’임이 확실해졌지만 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오후 6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또다시 혼선을 빚기도 했다. 마침내 오후 6시 4분 성 베드로 광장에 장엄하게 종이 울리며 새 교황 탄생을 선포했다.
○…“얼마나 기다리던 교황인가!” 전 세계에서 모여든 10만 명의 순례객들은 우렁찬 종소리가 바티칸에 울려 퍼지자 환호와 함께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표시했다. 형형색색의 각국 국기와 손수건이 성 베드로 광장을 뒤덮었다. 일부 순례객들은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가족들에게 “하베무스 파팜”이라며 새 교황 탄생 소식을 전했다.
○…새 교황 선출 소식을 전해들은 전 세계 11억 가톨릭 신자들은 축제의 도가니였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도 소식을 전해 듣고 축하의 종을 울렸다. 새 교황 탄생을 애타게 기다리며 기도하던 세계 각지의 성당에서는 일제히 감사미사가 열렸다.
○…“불과 하루 만에, 놀랍도록 빨리 선출됐다”고 바티칸 라디오방송은 보도했다. 베네딕트 16세는 이틀에 걸쳐 4회 또는 5회의 투표 만에 선출된 것.
이는 1939년 이틀 동안 단 세 번의 투표 만에 선출된 비오 12세, 1978년 이틀 동안 네 차례의 투표로 선출된 요한 바오로 1세에 비교될 만큼 짧은 기록이다.
○…개표가 끝나고 새 교황이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것으로 확인되자 시스티나 성당 안의 추기경들은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냈다. 기쁨과 아쉬움, 후련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수석 추기경이 새 교황에게 다가가 수락의사를 묻자 새 교황은 “받아들입니다”고 겸허하게 대답했다. 다음으로 “어떤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주저 없이 ‘베네딕트’를 선택했다.
이어 추기경들은 새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경의와 순종을 서약했다. 마지막으로 주홍색 추기경 옷을 벗고 미리 준비된 흰색 교황복으로 갈아입는 것으로 대중 앞에 나설 준비를 끝냈다.
○…새 교황 베네딕트 16세는 교황 선출 직후 성 베드로 성당의 발코니에 나와 광장에 모인 10만 순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교황으로서 첫 축복을 내렸다.
그는 “형제자매들이여, 위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추기경들이 신의 일터에서 일하는 어리석고 보잘 것 없는 나를 선출했다”며 “나는 여러분의 기도에 내 자신을 맡긴다”고 말했다.
수세기 만에 첫 독일인 교황이 된 라칭거 추기경은 1981년부터 신앙교리성성(聖省)의 수장으로 전임 요한 바오로 2세를 보좌하는 가운데 ‘보수파’의 대표자로 지목돼 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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