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2002년 말부터 얼마 전까지 여러 차례 양국 긴장을 완화하고 관계를 개선하려는 선의를 보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실질적인 호응은 없었다. 오히려 역행하는 자세를 취했다. 심지어 대단히 민감한 대만 문제까지 건드렸다.
중국 언론의 비판적 보도가 이어졌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민간으로 옮겨져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반일 시위가 일어났다.
최근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이 같은 일본의 행동에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중일 관계가 끊임없이 악화되어 온 기본적인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간 중일 관계의 기본 구조에 세 가지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먼저 중일 세력구조의 이중적 변화다. 중국의 국력이 급신장하고 있으며 일본도 ‘특정한 의미’에서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상 지위’를 획득하기로 마음먹었으며 정치강국 또는 군사강국이 되려 한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중국이 갖고 있는 합리적인 우려를 고려하지 않으려 하고, 중국을 안심시키려는 진지한 노력도 하지 않으려 든다.
국제정치의 상리(常理)에 비춰볼 때 인접한 두 강대국의 부상은 자연적으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운동에너지를 안게 된다. 중국은 1945년 이전 일본의 침략과 만행에 대해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갖고 있다. 그 반면 일본은 이 같은 역사를 희석 또는 은폐하거나 잊어버리려 한다. 양 국민 간의 이 같은 인식 차이는 세력구조 변화를 낳는 운동에너지가 강렬한 감정에너지로 변하게 한다.
두 번째로 양국의 민족주의 심리와 정치문화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강력한 민족주의가 성장하고 있으며 주된 대상의 하나가 일본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일본의 변화다. 일본은 1945년 이후 반세기와 비교할 때 우경화와 민족주의 경향이 뚜렷해졌다. 가장 큰 특징은 일본 국내에서 갈수록 확산되는 혐중(嫌中) 및 중국 위협 정서다. 이로 인해 현재 중일 양 국민 간에는 상호 심각한 적의(敵意)가 자라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보이고 있는 대중(對中) 행위 패턴의 변화다. 일본은 최근 1, 2년간 ‘평등’과 ‘정상(正常)’의 정치강국이 돼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고 있다. 또 중국의 부상에 대해 강렬한 경계와 저항심리를 품고 있다. 우경화와 민족주의 경향은 이를 부추기는 요소다. 이에 따라 일본은 종전과 달리 양보를 꺼릴 뿐 아니라 중일 관계가 훼손되는 것도 크게 개의치 않으려 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중일 간의 긴장은 당분간 해소되기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이미 양국 관계는 정치 위기로까지 발전했다. 자칫 장기 대치 및 충돌 국면으로 옮아갈 수 있다. 양국 관계가 계속 악화된다면 각자의 이익은 물론 동아시아의 안정에도 위협이 된다. 양국은 불행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긴장을 통제하고 위기를 완화할 방안을 찾아내야 할 공동 책무를 안고 있다.
스인훙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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