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미사에는 교황의 고국 독일에서 온 10만 명을 비롯해 약 35만 명에 이르는 축하 인파가 몰렸고 이 중에는 교황의 친형인 게오르그 라칭거(81) 신부도 있었다.
▽초대 교회의 재현=베네딕토 16세는 미사 전에 전임 요한 바오로 2세가 안장된 성 베드로 성당 지하무덤을 찾았다.
황금색 성직복을 입고 주교장(主敎杖)을 짚은 베네딕토 16세는 미사 시작 한 시간 뒤 흰 양털로 짠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페스카토리오)를 전해 받았다. 11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교황의 상징물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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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칠레의 호르헤 아르투로 메디나 에스테베스 추기경이 베네딕토 16세의 어깨에 팔리움을 두르고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행을 상징하는 3개의 황금 핀으로 팔리움을 고정했다. 영대(領帶) 수여식이다. 김수환(金壽煥) 추기경도 이 의식에 참여했다.
그 다음 교황청 국무장관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이 어부의 반지가 담긴 쟁반을 건넸고 베네딕토 16세는 오른손에 이 반지를 끼었다. 그리고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는 12명이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반지에 입을 맞추며 순종을 맹세했다.
▽축하 인파=36개국 정상을 비롯해 140개국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교황의 조국인 독일에서는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직접 참석해 ‘독일 출신 교황’의 즉위를 축하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연방 하원의원 21명과 함께 참석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교황권위 상징 팔리움(양털 띠) 두르고 어부의 반지 끼고…▼
24일 즉위미사에서 베네딕토 16세가 받은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사진)는 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대표적 물품으로 꼽힌다.
▽팔리움=교황과 대주교가 자신의 명예와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제의(祭衣) 위에 걸치는 양털 띠를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길 잃은 어린 양을 찾아 어깨에 짊어졌던 것을 상징한다.
이날 베네딕토 16세가 받은 팔리움은 대주교의 것보다 더 길고 폭도 넓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뜻하는 5개의 붉은색 십자가가 새겨져 있다. 팔리움은 또 3개의 황금 핀으로 고정돼 있다. 십자가에 박힌 못을 상징한다. 끝부분의 검은색은 어린 양의 발굽을 뜻한다.
팔리움은 로마의 토레 데 스페키 수도원이 매년 성녀 아녜스 축일에 사용하는 어린 양의 털로 만든다.
▽어부의 반지=성 베드로가 그물을 던지는 그림과 교황의 이름이 라틴어로 새겨진 황금반지를 말한다. 교황이 어부였던 성 베드로의 후계자라는 점 때문에 ‘어부의 반지(페스카토리오)’라고 불린다.
1265년 교황 클레멘스 4세의 서한에서 이 반지가 처음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더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교황은 공문서를 봉인할 때 이 반지를 사용했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부터는 인장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교황을 알현하는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이 반지에 입을 맞춘다.
이 어부의 반지는 즉위미사 이틀 전 로마의 금세공사협회가 베네딕토 16세의 손가락 크기에 맞춰 만들었다.
교황의 서거 때 반지를 부수는 것은 이 반지가 교황의 품위와 관할권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교황의 권위가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다. 은 망치로 반지를 부순 뒤 관 속에 넣는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교황 강론 주요 내용▼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4일 즉위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한 무리의 양 떼에는 한 명의 목자가 필요하다”며 기독교계의 단합을 촉구했다.
다음은 강론의 주요 내용.
“나는 진정으로 모든 인간 능력의 한계를 초월하는 위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신의 나약한 일꾼이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여러분에게 약속했던 기독교계의 단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한 무리의 양 떼에 한 명의 목자가 있게 하자.”
“나의 진정한 통치 계획은 내 의지대로 행하거나 개인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회들과 함께 신과 세계의 의지를 듣는 것이다.”
“세상에는 배고픔과 목마름, 포기, 외로움, 파괴된 사랑의 사막 등 수많은 사막이 있다.”
“세상의 모든 보석들은 더 이상 모든 이들이 살 ‘신의 정원’을 짓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착취와 파괴의 힘들에 기여해 왔다. 현대인들은 오로지 신에게 의지함으로써 자신들이 말하는 고통과 죽음의 소금물과 빛이 없는 암흑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스도가 우리 삶으로 들어오시게 허용한다면 우리는 삶을 자유롭고 아름다우며 훌륭하게 만드는 그 어느 것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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