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술 더 뜨는 왜곡의 일본 “해외 비교조사해 문제없음 증명”

  • 입력 2005년 4월 27일 18시 39분


잦은 역사 왜곡으로 한국 중국 등 인접국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일본 정부가 ‘일본의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겠다’며 각국 교과서를 비교 조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일본의 군국주의 침략을 축소 왜곡한 교과서가 이달 초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해 국제적인 물의를 빚은 지 한 달도 안돼 적반하장식의 ‘교과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일본 정부는 유럽과 동남아시아, 한국, 미국, 중국, 호주 등 20여 개국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중 일본과 관련된 내용을 분석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중점적으로 분석할 대상은 근현대사 중 일본 교과서의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 및 영토 분쟁과 관련한 대목. 일본 외무성 간부는 “세계 각국의 교과서가 당시의 사건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조사해 일본의 교과서만 이상하게 기술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방침은 일본의 역사 교과서가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군국주의 찬미’라는 비판을 받자 이에 맞대응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이에 앞서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은 24일 중국 역사교과서의 ‘반일(反日)’ 실태를 조사해 중국 정부에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성 측은 “일본 교과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문제인지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선입견에 근거해 비판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국 교과서와의 비교 작업도 자국 교과서의 왜곡을 용인한 문부과학성의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논리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일본 역사교과서를 한국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현지 공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마치무라 외상은 “일본의 교과서 검정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가가 많다”며 “우선 한국과 중국에 주재하는 일본대사관의 홈페이지에서 해당국 언어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도통신이 25, 26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5.6%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역사왜곡 문제 등으로 악화된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59%는 고이즈미 총리가 임기대로 2006년 9월까지 총리 직을 수행하기를 희망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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