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종전30년]상처가 아물어야 진정한 종전이죠

  • 입력 2005년 4월 29일 0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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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김치, 한복, 탈춤, 무궁화, 태권도….’

최근 베트남을 찾은 길에 하노이국립외국어대 한국어과 2학년 학생 30명에게 “‘한국’ 하면 무엇이 생각나느냐”고 물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답을 끊고 “한국인 가운데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냐”고 다시 물었다. 탤런트, 가수, 영화배우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 가운데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을 꼽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종전 30주년을 맞은 베트남은 요즘 마치 한국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도로를 달리는 대부분의 택시가 GM대우의 ‘마티즈’이며 ‘SAMSUNG’과 ‘LG’란 영어 간판도 도심 곳곳에서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하노이 중심가에 문을 연 빈콤(VINCOM)백화점 2층에는 한국산 팬시 제품만 취급하는 영업점이 성업 중이다. 베트남에서 특정 국가의 특정 제품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파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

영어와 중국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어 배우기도 한창이다. TV에서 한국어 강좌가 방영될 정도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베트남인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어 인증시험도 치러져 월 200∼300명이 응시하고 있다.

이렇게 베트남에 부는 한국 열풍에는 ‘한류(韓流)’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1997년 드라마 ‘첫사랑’으로 시작된 베트남의 한류 열풍은 최근 영화와 음반으로 확대되면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베트남 TV의 주요 채널에선 저녁 황금시간대에 ‘파리의 연인’과 ‘리멤버’가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지난해 한국의 대(對)베트남 총투자액은 40억 달러를 넘어 대만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현지 주민 35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하노이=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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