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정가의 가장 수치스러운 로비스트.”
지난 20여 년간 악명 높은 독재자들을 선전하는 로비스트로 워싱턴 정가에 이름을 날렸던 에드워드 폰 클로버그 3세(사진)가 1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향년 63세.
워싱턴포스트는 3일 “폰 클로버그 씨가 이탈리아 로마의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폰 클로버그 씨의 고객 명단을 보면 그의 능력과 철학을 잘 알 수 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과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셰스쿠, 그리고 라이베리아의 새뮤얼 도 군사정권, 버마(현 미얀마)의 군사정권 등이 그의 주요 고객이었다. 군부독재를 지지해 온 과테말라의 재벌들도 그의 의뢰인이었다.
심지어 폰 클로버그 씨는 자이르의 독재자인 모부투 세세 세코 전 대통령을 위해 로비 활동을 벌이다 그를 몰아내고 콩고민주공화국을 세운 정권을 다시 고객 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그의 로비 철학은 ‘부끄러움은 여자아이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는 뛰어난 수완으로 후세인 정권 시절 미국과 유엔 주재 이라크대사였던 니자르 함둔 씨를 유대인들과 만나도록 주선했으며 독재자 차우셰스쿠를 위해 미국과 루마니아의 교역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대신 루마니아에서 성경의 인쇄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옛 소련 유대인들이 루마니아를 거쳐 이스라엘로 여행할 수 있도록 했다.
1942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아메리칸대에서 기부금 모집 담당 업무를 맡으면서 로비스트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1982년 워싱턴월드그룹이라는 홍보회사를 차린 그는 워싱턴 시 최초 흑인 민선시장이었던 월터 워싱턴의 부인을 비롯해 전직 외교관과 정관계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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