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을 둘러싼 미국 내의 심각한 논쟁과 함께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인식의 혼란을 경험한 (자신을 포함한 미국) 유학생들에게 뭔가 조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에게 유용한 답변을 주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해외 거주 미국인이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것 같다.
그들은 미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9·11테러가 큰 충격이지만 다른 나라들도 테러를 경험했고, 스페인 열차 폭탄테러처럼 지금도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자 이들이 즉각 (자신들에 대해) 적개심을 나타낸 것에 대해 충격을 받기도 했다.
미국 예일대 법과대학원에서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옥스퍼드대를 떠나며 e메일을 보냈던 세스 그린 씨는 ‘세계를 끌어안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이 노력을 젊은 미국인들이 해외에서 쌓은 지식과 열정을 활용해 세계의 여론을 미국에 알리는 ‘역(逆)대중외교’라고 말한다.
이 노력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고 대학과 각종 재단의 후원을 이끌어냈다.
‘빨간색, 흰색, 파란색의 공동보조’라고 불리는 이 운동은 초당적으로 미 하원의원들, 은퇴한 외교관들, 학자, 언론인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운동에서는 “대서양을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무엇이 반미주의를 이끌고 있는가” 등의 의문점들이 미-유엔, 미-아프리카 관계 등의 주제와 함께 다뤄졌다. ‘미국인을 위한 정보민주주의’라고도 불리는 이 운동은 각종 세미나를 후원하기도 한다.
(9·11테러에 따른) 위기가 국내와 해외에서 달리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테러범들이 미국인들의 도덕적 정체성을 공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인들의 우월의식, 다시 말해 미국인들은 고귀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낫다는 인식이 상처를 받은 것이다. 미국인들은 자연히 테러범들을 이해할 수 없는 변태 또는 악(惡)으로 낙인찍었다.
‘미국인들이 더 낫다’는 인식을 공유하지 않는 해외에서는 좀 다르게 비친다.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겪은 테러의 경험과 (과거) 전쟁 기간의 도시 공격 모습을 떠올리는 등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서 9·11테러를 바라봤다.
유럽인 대다수가 이라크 침공을 반대한다는 사실은 해외에 체류 중인 미국 유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이는 유학생들로 하여금 미국을 좋아하던 유럽인들이 왜 미국에 등을 돌렸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들은 “유럽의 엘리트들은 원래 미국을 싫어한다” 또는 “그들은 자국 내의 이슬람 국민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미국 일각에서 거론되는 생각이 어리석은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해외 유학생들이 찾은 결론들은 그것이 어떠한 종류든 간에 그들의 친구나 친척들이 워싱턴으로부터 또는 폭스뉴스 방송과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로부터 들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심지어 오도된 애국주의나, 여론에서 밀려날 것을 우려해 때때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주류 언론으로부터 들었던 내용과도 다르다.
해외에 거주하는 젊은 미국인들은 새로운 설명과 아이디어를 듣고, 미국을 비판할 준비가 돼 있다. 이들은 글자 그대로 미국이 (이런 비판에) 반응을 할 것이라는 확신과 낙관적인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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