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교수는 위원회 활동으로 그동안 막연하게 짐작되던 양국 역사인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공식화한 데서 의의를 찾았다.
“이번 공동 역사 연구 작업의 배경에는 양국 외교당국이 학자들에게 골치 아픈 일을 떠넘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공동역사교과서 집필은 본질적으로 역사학자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인내력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 교수는 공동 역사 연구 결과가 양국의 교과서에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본 학자들이 교과서의 ‘교’자만 나와도 과민반응을 보였지만 한국의 국정교과서제도와 일본의 검인정제도의 차이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채택된 보고서가 양국의 역사교과서 집필자들에게 전달됨에 따라 최소한 후소샤(扶桑社) 교과서 같은 우익교과서 집필자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점도 성과라는 설명이다.
“어차피 공동교과서를 만든다고 해도 모든 분야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렵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교과서도 그런 경우 양국의 의견차에 주석을 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공동역사연구위원회가 2기로 이어진다면 1기에서 못 다룬 주제로 논의를 확장하는 한편 공동교과서 집필 준비도 시작해야할 것입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미타니 도쿄대 명예교수 “역사문제 인식공유 계기 마련”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3년간 머리를 맞대고 양국 관계사를 공동으로 연구한 것 자체가 큰 수확입니다.”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의 일본 측 좌장인 미타니 다이치로(三谷太一郞·69·사진) 도쿄대 명예교수는 “모처럼의 공동연구를 좌절시켜서는 안 된다는 학자들의 열의가 최종 보고서라는 구체적인 결실을 만들어냈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지금까지 양국 간에는 역사에 관한 논란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인식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이번에 고대에서 근·현대에 걸쳐 양국 관계사의 쟁점이 되는 역사적 사건의 목록을 정했고, 사실관계에 관한 논의에서도 진전이 있었습니다. 물론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놓고 상당한 의견 차이가 있다는 점도 확인했죠.”
한국에서는 공동연구 결과가 일본의 교과서 내용에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타니 교수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위원회 발족의 계기가 된 건 사실이지만 위원회의 임무는 개별 교과서의 수정 방향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양국 역사인식의 문제를 학문적으로 다루는 것”이라며 위원회의 연구 성과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정부와 해당 출판사 제작진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미타니 교수는 나아가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2기 위원회의 구성안에 대해 “공동연구의 틀을 계속 유지해 장기적으로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3국의 역사 공동연구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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