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과 같은 국제회의 무대에서 세 나라 외무장관들이 회담을 가진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별도의 3자 회동을 ‘기획’한 적은 없었다. 회담 장소도 러시아의 ‘대(對)아시아 거점’인 블라디보스토크였다.
공식적인 의제는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공동 대처와 에너지 협력.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3국은 세계의 다극체제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갖고 있다”며 “국제 테러리즘 등 새로운 위협에 맞서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에너지에 ‘굶주려 있는’ 중국과 인도는 세계 2위의 석유대국인 러시아와의 협력이 절실하다. 러시아로 볼 때 중국과 인도는 거대한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 3국 회담의 감춰진 의미는 그 이상이다. 국제사회, 특히 아시아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싱 장관이 지적한 대로 세 나라는 세계 인구의 약 40%, 세계 경제의 약 20%를 점하고 있는 ‘떠오르는 강국’이다.
리 부장은 이날 “세 나라는 지역은 물론 세계 차원에서 비슷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지닌다”고 말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의 바실리 미하예프 부소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러시아 인도 중국의 3자 협의는 반(反)서방, 반미국 구상을 깔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원래 3국의 ‘전략 트라이앵글’ 구상은 1998년 당시 러시아의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가 제창한 것이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확대하고, 미사일방어(MD) 체제 계획을 추진하자 이에 맞서기 위해 3국 공조 전선을 구축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당시엔 이 구상이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4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인도를 방문해 해묵은 양국 갈등을 해소한 데다 에너지라는 ‘현안’이 대두되면서 7년 만에 3자 회담이 이뤄진 것이다.
교도통신은 이 같은 움직임이 아직은 경제를 축으로 한 ‘전략 트라이앵글’에 머물고 있지만 미국을 자극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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