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는 뉴욕타임스가 재배치 또는 이동이라는 뜻의 ‘Relocation’ 앞머리를 따서 만든 신조어. 이 신문이 현재 연재 중인 ‘미국의 계급’ 시리즈의 1일자(8회분)에서 소개한 새로운 개념으로 미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새 계급을 가리킨다. 미국 내 중상류의 유목층, 방랑족, 집시 등으로 바꿔 부름직하다.
릴로 계급은 10년에 2, 3차례 이사를 다닌다. 집값이 모자라 쫓겨다니는 것이 아니다. 가장의 근무지 이동에 따라 이삿짐을 꾸린다. 가장의 수입은 연간 최소 10만 달러(약 1억 원). 방 5개와 욕실 4개짜리의 교외지역 고급 단독주택에서 생활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유수 은행의 중견 간부인 짐 링크 씨의 이주사를 소개했다. 1988년 결혼한 링크 씨 부부는 딸 셋(13, 11, 8세)을 두었다. 이들 부부는 1990년 처음 집을 산 뒤 94년, 97년, 2000년 각각 이사했다.
링크 씨 부부는 현재 살고 있는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2009년까지 살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링크 씨가 승진과 함께 본사의 새 보직을 받자 또다시 이사를 해야 했다. 딸들은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을 못내 섭섭해 했다.
이들은 새 거주지에서 이웃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린다. 하지만 속마음을 터놓을 이웃을 사귀지는 못한다. 마음속에서는 ‘언제 또 이사 가나’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내의 릴로 계급이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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