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잡지 ‘배티니 페어’의 딥스로트 특종 이렇게 이뤄졌다

  • 입력 2005년 6월 4일 03시 02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 스로트(Deep Throat·익명의 극비 제보자)’ 신원 공개 작전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연예전문잡지 ‘배니티 페어’의 그레이든 카터 편집인이 샌프란시스코의 변호사 존 오코너의 전화를 받은 것은 2003년이었다. 자신이 ‘딥 스로트’의 대리인이며 잡지를 통해 신원을 공개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잡지사 측은 오코너 변호사가 ‘딥 스로트’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하자 기사화를 포기했다고 AFP통신이 2일 전했다.

이에 앞서 오코너 변호사가 ‘딥 스로트’인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 마이클 펠트 씨를 알게 된 것은 2002년. 딸의 스탠퍼드대 동급생인 펠트 씨의 외손자 닉 존스와 한 파티에서 만나 ‘딥 스로트’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이 계기였다.

오코너 변호사는 펠트 씨와 그의 딸이자 존스의 어머니인 조앤 등을 설득해 펠트 씨가 ‘딥 스로트’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의 정체를 공개하는 기고문 작성에 대해서도 허락을 받았다.

다른 출판사와의 협상에 실패한 오코너 변호사는 2004년 배니티 페어와 다시 접촉했다. 잡지사 측은 펠트 씨와 가족을 취재해 사실을 확인하고 15명의 편집자와 직원들에게 비밀서약을 받은 뒤 기사 작성에 들어갔다. 기사에는 ‘워터게이트’를 의미하는 ‘WIG’라는 암호명이 붙었다. 거의 완성된 기사에는 ‘문이 꽝 닫히다’라는 가짜 제목이 붙여져 인쇄소로 보내졌다.

워싱턴포스트(WP) 측에 대한 최종 확인 절차도 포기했다. WP 측이 눈치 챌 것을 우려해서였다.

이어 펠트 씨 측의 진술을 최대한 검증한 뒤 오코너 변호사를 필자로 삼아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가 나오자 사건 당시 WP의 편집국장이던 빌 브래들리 씨는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고 허탈해했다. 특종을 올렸던 밥 우드워드 씨와 칼 번스타인 씨는 “마치 오랫동안 극진히 보호하려고 노력해 온 소중한 것이 주머니 속에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것 같다. 이제야 의무감에서 해방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코너 변호사는 앞으로 펠트 씨를 소재로 한 책이나 영화 출간 계약 때 그를 대리하게 돼 금전적으로도 ‘대박’을 터뜨릴 전망.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책을 쓰면 최소한 ‘6자리(수십만 달러)’의 선금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배니티 페어 측은 “오코너 변호사에게 자유기고가에 대한 일반적인 지급 기준에 따라 1만 달러를 크게 넘지 않는 고료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시사 문제와 연예인 등 유명인사의 동정 등을 주로 다루는 배니티 페어는 ‘뉴요커’와 ‘보그’ ‘글래머’ 등의 잡지를 거느린 콘데 내스트 출판그룹에 속해 있다. 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ABC)의 지난해 집계에서 배니티 페어는 유료 발행부수 115만72부로 미국 잡지 가운데 76위였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아직도 풀리지 않은 美 현대사 수수께끼들

미국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워터게이트 사건 제보자 ‘딥 스로트’의 정체는 밝혀졌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현대사의 수수께끼는 많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일 보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도 여전히 미스터리는 남아 있다. 닉슨 대통령이 해리 할데만 비서실장과 나눈 백악관 집무실의 녹음테이프 중 사라진 18분 30초 분량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녹음을 하고 또 지운 것으로 알려진 닉슨 대통령의 여비서 로즈메리 우즈 씨는 테이프의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올해 1월 사망했다. ‘사라진 녹음’은 닉슨 대통령 탄핵 추진의 결정적 이유 중 하나였다.

미국 현대사 최고의 수수께끼는 1963년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암살한 리 하비 오스왈드를 둘러싼 사건이다. 암살 이틀 후 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넘겨지던 오스왈드를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으로 쏴 죽인 나이트클럽 주인 잭 루비의 배후가 과연 무엇이냐는 것. 마피아, 반(反)카스트로 쿠바 망명조직, 중앙정보부(CIA) 개입설 등 추측이 분분했지만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1975년 미국 최대노동조합 위원장 지미 호파의 피살·실종 사건도 유명하다. 전미트럭운송노조를 최대 노조로 키운 뒤 공금 유용, 마피아와의 연계 등의 죄목으로 형을 살고 가석방된 그는 디트로이트의 한 레스토랑 주차장에서 실종됐다. 마피아에 의한 살해설 등 추측만 무성할 뿐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여성비행사로는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아멜리아 에어하트가 1937년 세계 횡단 비행에 나섰다 남성 부조종사 프레드 누난과 함께 남태평양에서 비행기째 사라졌다. 당시 일본령 사이판에 거주하던 일본인 여성이 군인인 형부에게 도시락을 전해 주러 가다가 군인 무리 사이에서 이들과 비슷한 남녀 조종사를 봤고 그 뒤 이들이 처형됐다는 증언 등이 있었으나 유품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아멜리아가 미국의 스파이로 일본을 염탐했을 것이라는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댄 쿠퍼’라고 자칭하는 남자가 1971년 오리건 주 포틀랜드발 노스웨스트 오리엔트 에어라인의 보잉 727기를 납치한 뒤 워싱턴 주 타코마에 착륙해 20만 달러의 현금을 받아내고 다시 이륙해 달아났다. 그는 인근 상공에서 약 10kg 무게의 현금을 몸에 묶고 낙하산으로 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 그 뒤 그는 어디서도 목격되지 않았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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