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라크 TV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정의, 테러리즘을 쳐부수다’의 한 장면이다. 올 1월 처음 전파를 타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이라크 정부군이 저항세력을 검거·심문하는 실제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심문 과정에서 정부군이 저항군에게 윽박지르고 신체적 협박을 가하는 장면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체포된 저항군과 이들의 공격으로 사망한 시민의 가족을 대면시켜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알 이라키아’는 미국 국방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국영 방송국. 친(親)아랍 성향의 알 자지라 방송과 경쟁 관계에 있으며 이라크 총가구의 85%를 가시청권으로 확보하고 있는 최대 방송국이다.
이 프로그램에 기술 및 프로그램 구성 조언을 해주는 미군은 시청자들에게 저항군 소탕작전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미국 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형식을 빌려온 것. 매주 목요일 오후 9∼10시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저항군들조차 열심히 시청할 정도다.
그러나 인기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프로그램에서 ‘악당’으로 그려지는 쪽이 대부분 수니파라는 점에서 이라크 내 집권세력인 시아파와 저항세력 수니파의 종교적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아무리 테러행위를 저질렀다고 해도 정식 재판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저항군들을 비인격적으로 심문하고, 이 같은 과정을 본인 허락 없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 시청자들은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에는 더욱 심각한 인권 침해도 많았다”면서 “오히려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테러 소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훈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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