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국 하버드대의 제354회 졸업식을 앞두고 최근 미국 내에서는 하버드의 브랜드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하버드대는 경쟁 대학들에 밀려 연구능력과 취업률 등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대중적 인기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높은 학비와 취업률 하락 등에도 불구하고 ‘최고 명품 브랜드’라는 인지도 덕분에 끊임없이 최고 학생들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구찌, 루이비통 등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품질 면에서 일반 상품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이름 값’ 때문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미국 경영연구소의 스펜서 스튜어트 씨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중 하버드대 졸업생의 비율은 4% 미만으로 프린스턴, 예일 등 경쟁 대학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매년 조사하는 대학별 경쟁력 순위에서도 하버드대는 경쟁 대학들에 밀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하버드대 입학 지원자는 2만2800여 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중 9%에 해당하는 2074명만이 최근 입학통지서를 손에 쥐었다.
매년 상품 브랜드 경쟁력을 분석하는 미국 인터브랜드사는 최근 하버드대가 미국 상품 중 10위권에 드는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도널드’ ‘나이키’ ‘월마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인지도라는 것. 다른 경쟁 대학들의 브랜드 인지도가 50위권 밖인 것과 대조적이다.
인터브랜드는 하버드대가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경쟁 대학들과 달리 ‘연구교육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주류를 이루는 실용 학문보다는 연구지향적 교육기관이라는 차별성을 둔 하버드대의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