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과거 ‘러시아의 앞마당’인 이 지역에 들어오기 시작한 미군은 계속 주둔 규모와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중앙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를 명분으로 중국군의 중앙아시아 파견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미국 러시아 중국 간의 신경전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버티는 러시아=지난주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보로닌 몰도바 대통령은 “NATO가 트란스드네스트르 지역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 대신 우리를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 러시아에 “나가 달라”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한 것.
러시아는 제정러시아 때부터 200년 이상 몰도바에 병력을 주둔시켜 왔다. 러시아군은 1991년 몰도바의 독립 후에도 트란스드네스트르의 러시아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남아 있다.
친서방 노선을 내세운 보로닌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처럼 NATO 가입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의 보호에서 벗어나 NATO에 안보를 의존하겠다는 것. 그러나 러시아는 몰도바의 철군 요구를 외면하면서 이들 국가의 NATO 가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그루지야와의 철군 합의에도 불구하고 계속 잔류할 명분을 찾으며 버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그루지야 주둔군을 이웃 아르메니아로 재배치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카프카스와 중앙아시아로 계속 밀고 들어오는 미군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미군의 세력 확장=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지난달 동부 안디잔의 시위를 유혈 진압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미 공군이 주둔 중인 하나바드 공군기지의 장기임대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이처럼 옛 소련 지역에 병력 배치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루지야와 아제르바이잔을 통과하는 카스피해 송유관이 10월 개통되면 송유관 보호를 명분으로 이 지역에도 병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미군은 한편으로는 러시아군의 철군을 위한 우회 전략도 함께 쓰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군이 그루지야나 몰도바 등에서의 철수를 약속하면 철수 비용을 부담하겠다”며 러시아를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정치적 안정과 주요 산업시설 보호를 위해 중국 정부에 인민해방군 파견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이미 키르기스스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은 언짢은 모습이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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