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회는 이날 간부회의를 열고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영령이 조용히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근 국가들의 반대 속에 참배를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유족회는 A급 전범의 분사나 별도 추도시설의 건설에는 반대하기로 했다.
이는 이번 참배 중지 요청이 ‘국가를 위해 숨진 전몰자를 추모하는 야스쿠니신사를 총리가 당연히 참배해야 한다’는 기존의 유족회 입장을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며, 여건상 올해만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에서 이뤄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일본 유족회는 전몰자 유족 100만 가구를 회원으로 하고 있는 자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 가운데 하나이며 회장은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자민당 간사장이 맡고 있다.
유족회의 이례적인 참배 중지 요청은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당 안팎으로부터 참배 중단 압력을 받아 온 고이즈미 총리에게 일시 참배 중단의 명분을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점에서 주목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유족회 측에 “당선되면 해마다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겠다”며 야스쿠니신사 연례 참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10일 고베(神戶)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자신의 기분과 국가의 명운 중 어느 쪽을 우선시할 것이냐는 문제이자 일본의 장래에 관한 문제”라며 참배 중지를 촉구했다.
여권 내 실력자인 그의 참배 중지 주문도 유족회의 참배 중단 요청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이 10일 삿포로(札幌)에서 강연을 통해 “외국 원수나 천황이 참배할 수 있는 별도의 추도시설 건설이 바람직하다”고 밝히는 등 자민당 내에서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자숙론이 강해지고 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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