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전 폐연료봉 갈곳이 없다…저장 공간 태부족

  • 입력 2005년 6월 14일 0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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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연료봉들이 저장 공간이 모자라 야적(野積)하듯 임시 보관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지상 건식 저장용기에 담긴 폐연료봉은 강한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테러공격을 당할 경우 ‘방사능 폭탄(dirty bomb)’과 다름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더구나 미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보안기준을 너무 낮게 설정했으며 대규모 테러공격을 막을 능력이 없다고 시사주간 타임이 최신호(20일자)에서 지적했다.

▽저장 공간 태부족=사용 후 폐연료봉은 엄청난 고열을 내뿜어 일단 냉각수조에 보관한 뒤 30년 정도 지나 열기가 내려가면 영구 저장시설로 옮겨야 한다. 현재는 지하 500∼1000m의 암반층에 보관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절인 1957년 상업용 원전이 처음 가동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폐연료봉 열기를 식히는 냉각수조에 여유가 없어졌다. 임시방편으로 냉각수조에 담긴 폐연료봉의 간격을 좁혀봤지만 곧 한계에 맞닥뜨렸다.

원전 기업들은 할 수 없이 1985년부터 오래된 폐연료봉들을 원전 구내에 세운 지상 6m 높이의 건식 저장용기로 옮기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700기의 건식 저장용기들이 폐연료봉으로 가득 찼고 올해 안으로 수십 기의 저장용기가 또 채워질 예정이다.

미 일리노이 주의 드레스덴 원전은 지금까지 1347t의 폐연료봉을 배출했고 앞으로도 매년 48t씩 내놓을 전망이다. 드레스덴 원전은 올해 여름까지 건식 저장용기를 2배로 늘린다. 이러한 사정은 103곳에 이르는 미 전체 상업용 원전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상대 소송=미 정부는 처음부터 폐연료봉을 직접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네바다 사막의 유카 산맥을 영구 저장소로 지정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진척되지 않았다. 1998년 완공을 장담했지만 올해 사용승인을 얻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원전 기업들은 보관비용을 자신들이 떠안게 되자 미 정부를 상대로 모두 56건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원전 기업들은 앞으로 30년 동안 보관비용이 560억 달러(약 56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전 기업들은 건식 저장용기가 약 3cm 두께인 철판을 두 겹으로 두르고 그 사이에 69cm 두께로 콘크리트를 넣어 방사성물질 유출 우려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핵운동가들은 테러범들이 휴대용 미사일을 쏜다면 건식 용기가 방사능 폭탄으로 변한다고 지적한다.

미 국립과학원의 핵 전문가인 케빈 크로울리 씨는 “건식 용기는 내구연한이 길어야 100년에 불과해 반감기가 적어도 수천 년 걸리는 폐연료봉을 담아두기에는 부적절하며 후세대가 이 용기를 제대로 유지 관리할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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